중소형 증권사, 전문성 갖춘 새 CEO 영입 통해 활로 모색

정기주총 시즌을 맞은 증권가에서 임기 만료를 앞둔 최고경영자(CEO)들 간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실적이 탄탄한 대형사들은 대체로 기존 수장의 연임을 사실상 일찌감치 결정지었다.

반면에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중소형사들은 전문성을 갖춘 새 CEO를 영입하는 사례가 두드러지고 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이달 말 주총을 열고 유상호 현 사장을 재선임하는 안건을 승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업계 최장수 CEO' 기록을 보유한 유 사장은 재선임안이 예정대로 통과되면 9번째 연임에 성공하면서 한국투자증권 사장을 10년째 맡게 된다.

2007년 증권업계에서 최연소 CEO로 취임한 유 사장은 자산관리(WM)와 투자은행(IB) 부문 역량 강화에 집중해 한국투자증권이 업계 내에서 상위권 실적을 올리는 데 공을 세웠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

대신증권도 오는 18일 주주총회를 열고 나재철 현 대표이사의 연임을 확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2012년 취임한 나 대표는 대신저축은행, 대신에프앤아이, 대신자산운용 등 계열사 인수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했다.

또 브로커리지(주식위탁매매) 중심에서 종합자산관리회사로 회사 위상을 높였다는 게 업계 안팎의 평가다.

이번이 두 번째 연임이다.

중소형사 CEO 중에는 2008년 취임한 김해준 교보증권 대표이사가 네 번째 연임 가능성이 크다.

교보증권 관계자는 "오는 18일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사내이사 선임 건을 다룰 예정"이라며 "단독으로 사내이사 후보에 올랐기 때문에 당연히 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밖에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조웅기·변재상 미래에셋증권 공동대표가 연임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대표도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하나금융투자는 대형 증권사 중 거의 유일하게 최근 CEO를 교체하면서 라이벌 업체 출신 고위 간부를 영입해 화제가 됐다.

하나금융투자는 지난 2일 이사회를 열어 이달 임기가 끝나는 장승철 현 사장 후임으로 이진국 전 신한금융투자 부사장을 선임했다.

이 사장 내정자는 20여년 동안 신한금융그룹에 몸담아온 '영업통'이다.

하나금융 측은 "이 내정자가 자산관리 부문과 기업금융 부문의 완전한 통합을 달성하고 개인과 기업 등 전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통합 금융솔루션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는 2018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윤경은 현대증권 대표이사는 현재 진행 중인 현대증권 매각 결과에 따라 거취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중소형 증권사들은 일찌감치 새 대표이사를 선임하고 조직 재정비에 나섰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달 29일 이사회를 열어 여승주 사내이사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주진형 전 대표가 정치권으로 둥지를 옮긴 것을 계기로 새 대표 선임 일정을 다소 앞당겼다.

여 신임 대표는 1985년 경인에너지에 입사해 한화그룹 구조조정본부 상무보, 대한생명 재정팀장 상무, 대한생명 전략기획실장 전무를 역임한 '그룹통'이다.

그는 주 전 대표 재임 시절 불거진 조직 내부 갈등을 봉합하고 악화된 실적을 개선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로 창립 60주년을 맞은 신영증권은 지난달 15일 신요환 총괄부사장을 사장으로 선임했다.

1988년 신영증권에 입사한 신 사장은 영업현장에서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면서 회사의 내실과 외형을 키웠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이투자증권은 오는 24일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주익수 전 하나금융투자 투자은행(IB) 대표를 새 대표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IB 역량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토러스투자증권은 지난달 26일 강석호 전 동부증권 FICC(채권·외환·원자재) 사업부장을 새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를 계기로 강 신임 대표의 전공인 채권과 IB 분야의 경쟁력을 한층 더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BNK투자증권은 안효준 전 교보악사자산운용 대표를 새 수장으로 영입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가 IB나 WM 등 주요 사업 부문을 독식하는 상황이어서 중소형 증권사들은 전문성이 뛰어난 CEO를 영입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증권업은 실적으로 평가받는 대표적인 업종"이라며 "중소형사들에선 대형사보다 CEO 교체가 더 잦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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