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새 주력산업 지각변동…美·日·유럽은 큰 변화 없어

최근 10년새 국내 시가총액(시총) 100대 기업의 주력이 건설·조선 등 '중후장대(重厚長大)' 업종에서 서비스·유통 등 이른바 '비굴뚝' 산업으로 급격하게 재편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과 일본, 유럽 등 다른 선진 경제권은 주력 산업군이 큰 변화없이 유지돼 대조적이었다.

국내 산업의 변동성이 그만큼 컸다는 뜻이다.

시총 100대 기업 내 한국의 1등 업종이 10년 전 조선·기계설비, 건설·건자재 등에서 현재는 포털·게임 등 내수 중심 지식기반 서비스산업으로 확 바뀌었다.

그러나 미국은 제약·의료서비스, 일본은 IT전기전자·자동차, 유럽은 은행 관련 산업이 10년 전과 마찬가지로 1등 업종으로 입지를 유지하고 있다.

10년간 시총 순위가 가장 크게 오른 곳은 한국의 경우 LG생활건강, 미국은 길리어드 사이언스(제약), 일본은 키엔스(측정기기 제조), 유럽은 폴크스바겐이었다.

2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가 2006~2015년 10년간 한국, 미국, 일본, 유럽 등 4개국(또는 권역)의 시총 100대 기업 주력 업종 변화를 조사한 결과 한국의 '톱 5' 업종은 2006년 조선·기계설비, 건설·건자재, IT전기전자, 석유화학, 자동차부품 등 굴뚝산업 일색에서 2015년에는 서비스, 석유화학, 건설·건자재, IT전기전자, 유통, 식음료 등으로 바뀌었다.

비굴뚝 산업인 서비스와 유통이 조선·기계설비, 자동차부품을 제치고 5대 업종에 진입했다.

2006년에는 시총 100대에 속하는 서비스 업종 기업이 5개에 불과했으나 2015년에는 10개로 늘어났고 유통도 4개에서 7개로 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반면 IT전기전자와 조선설비는 각 8개에서 7개로 줄었다.

반면 미국, 일본, 유럽에서는 산업 변동성이 거의 없었다.

미국은 제약·의료서비스 기업이 16개에서 17개로 1개 늘어나며 여전히 압도적 1위를 차지했고 2위인 서비스업도 13개에서 11개로 2개 줄긴 했지만 2위를 지켰다.

일본은 IT전기전자와 자동차가 15개와 12개로 10년 전과 마찬가지로 주력업종을 유지했다.

유럽 역시 은행과 석유화학이 17개, 12개로 굳건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

3~5위 업종도 미국, 일본, 유럽에서는 순위 변동폭이 1~5계단에 불과했으나 한국은 2~9계단에 달할 만큼 가파르다.

한국 100대 기업 시총에서 차지하는 서비스업 기업들의 시총 비중도 2006년 2.3%에서 작년에는 8.3%로 3배 이상 불었다.

전체 규모로는 IT전기전자 업종이 전체의 28.3%를 차지해 1위를 기록했고 자동차·부품이 9.3%로 2위였다.

미국은 제약 및 의료서비스 업종이 16.3%로 1위였다.

이어 서비스(15.0%), IT전기전자(14.0%), 석유화학(9.1%), 은행(7.8%) 순이다.

일본은 1위 자동차·부품이 19.4%로 규모가 가장 컸고 IT전기전자(13.1%), 통신(10.1%), 금융지주(8.2%), 조선·기계설비(6.5%)가 뒤를 이었다.

유럽은 은행이 15.4%를 차지했고 제약·의료서비스(14.8%), 석유화학(14.2%), 식음료(12.8%), 생활용품(10.5%)이 시총 상위 5대 업종에 들었다.

기업별로 지난 10년간 시총 순위를 가장 크게 높인 기업은 유럽의 폴크스바겐과 식음료업체인 엔하이저부시 인베브였다.

폴크스바겐은 10년 전 94위에서 86계단 올라 작년 8위를 기록했고 엔하이저부시 인베브는 89위에서 4위로 85계단 수직상승했다.

10년 전 99위로 시총 100대 기업에 든 LG생활건강은 지난해 17위로 82계단이나 뛰었다.

LG생활건강의 뒤를 이어 현대글로비스(30위)와 고려아연(32위)이 48계단 뛰어올랐고 LG화학(16위), 오리온(42위), 네이버(6위), 롯데케미칼(41위), 현대제철(29위), 코웨이(40위)도 20계단 이상 뛰었다.

미국에서는 제약사인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27위를 기록, 10년 전 순위보다 69계단 올랐다.

애플(56계단), 월트디즈니(39계단), 스타벅스(35계단), 허니웰인터내셔널(27계단) 등이 순위 상승 톱 5에 들었다.

일본은 IT전기전자 업종에 속한 키엔스가 20위로 55계단 급등했고 SMC((51계단), 라쿠텐(47계단), 니덱(40계단), 에자이(35계단) 순이었다.

유럽은 폴크스바겐, 엔하이저부시 인베브의 뒤를 이어 바이엘(76계단), 레킷벤키저(60계단), SAB밀러(57계단) 등이 순위를 큰 폭으로 높였다.

(서울연합뉴스) 옥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