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SPA(제조·직매형 의류)와 명품으로 양분되는 국내 패션업계에서 브랜드와 디자인 파워를 앞세운 한섬 주가가 호실적을 바탕으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패션업계가 불황에 직면했다는 우려 속에서도 증권사들은 한섬을 업종 내 최선호주로 꼽으며 ‘매수’를 추천하고 있다.
한섬, 잡화 손잡고 '의류 한파' 뚫었다
◆주가 추가 상승 여력 커

현대백화점그룹 패션회사인 한섬은 지난달 2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1.76% 오른 4만4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올 들어 패션업체 주가가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25%까지 빠지는 동안 한섬은 0.04% 떨어지는 데 그치며 선전했다는 평가다. 1년 전과 비교하면 29.28% 올랐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한섬의 목표주가 컨센서스(증권사 예상치 평균)는 5만1964원. 아직 28%가량 오를 여지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섬은 지난해 매출 6167억원, 영업이익 661억원, 순이익 728억원을 올렸다고 최근 공시했다. 전년보다 각각 20.9%, 29.6%, 100.4% 늘어난 수치다. 박희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한섬은 2014년까지 잡화 브랜드를 비롯해 총 10여개의 신규 브랜드를 선보이며 매출을 끌어올렸다”며 “올해 50여개 신규 매장을 열 예정이어서 실적개선세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올 들어 이 회사 주식 61억원어치를 순매수하는 등 지난 1년간 총 173억원어치를 담았다. 회사의 이익 대비 주가수준을 보여주는 주가수익비율(PER)은 23.6배로 업종 평균 PER(33배)보다 낮은 상태다. 자산 대비 주가수준인 주가순자산비율(PBR)도 1.3배로 높지 않다는 평가다. 김근종 현대증권 연구원은 “국내 의류 업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한섬은 브랜드 파워와 디자인 차별화로 국내는 물론 중국에서도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증권사는 목표주가 5만2000원을 제시했다.

◆“2018년 매출 1조원 목표”

한섬의 대표 브랜드 ‘타임’에 이어 ‘시스템’도 지난해 연매출 1000억원을 넘어서는 등 여성의류 사업에서 탄탄한 매출을 올린 가운데 가방 신발 등 잡화 매출이 성장한 점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이종호 한섬 경영기획실 상무는 “2014년 8월 첫선을 보인 잡화 브랜드 ‘덱케’와 지난해 출시한 ‘랑방컬렉션 액세서리’ 매장 확대 등으로 매출과 이익이 모두 증가했다”며 “모기업 현대백화점이 현대프리미엄아울렛 김포점을 여는 등 유통망을 넓힌 점도 시너지를 키웠다”고 설명했다.

한섬은 지난해 말 기준 444개 백화점, 179개 아울렛 등에 총 623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는 매장 수를 10% 이상 늘린다는 계획이다. 올 하반기엔 20대부터 60대까지 전 연령층을 아우르는 신규 여성복 브랜드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 상무는 “시스템 중 액세서리 상품 구성을 15%까지 늘리는 등 잡화 비중을 높이고 신규 브랜드와 매장을 확대해 2018년까지 매출 1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