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금투협회장 "자산증식 수단될 것"…시장은 관망 중

비과세 해외주식형 펀드(해외주식투자전용펀드)가 29일 은행, 증권 등을 통해 일제히 판매가 개시됐다.

비과세 해외주식형 펀드는 2007년 이후 9년 만에 부활한 것으로, 해외상장주식 투자에 따른 매매·평가 손익(관련 환손익 포함)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준다.

소득 기준 등에 따른 제한도 없어 사실상 누구나 1인당 3천만원까지 가입할 수 있다.

판매 채널인 은행과 증권사 등은 판매 개시를 기념해 경품 증정 등 각종 판촉 활동에 돌입했다.

황영기 한국금융투자협회 회장도 이날 오전 미래에셋증권 여의도 영업부에서 중국, 인도, 베트남 주식에 투자하는 3천만원짜리 상품에 직접 가입하는 등 이 상품에 대한 마케팅을 측면 지원했다.

황 회장은 투자 성향 판별, 설명 청취 등 20여분간의 절차를 거쳐 펀드에 가입한 뒤 "장기 투자 관점에서 투자했다"며 "국내 예금만으로는 재산증식이 어려운 시대에 효율적인 자산 증식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여유 있는 분들은 증여 목적으로 아들이나 손주 이름으로 300만원, 500만원 씩 가입한다면 교육적인 효과도 있을 것"이라며 시장 확산을 유도하는 발언도 했다.

그러나 일선 금융사 창구에서는 아직 판매 첫날인 만큼 뜨거운 열기를 느끼기는 어려웠다.

대형 증권사의 지점에서도 해외주식형펀드 가입 손님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새 상품에 대한 직원 교육도 부족한 상태다.

한 증권사 창구 직원은 "사실 공부를 많이 못했다"며 "모니터를 보며 설명을 드리겠다.

급하게 내놓는 상품이라 이제부터 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자산규모 상위의 대형 증권사들도 이날 하루 비과세 해외주식형펀드 판매량이 각 회사별로 100~200건 수준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사보다 훨씬 영업망이 방대한 은행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상품 문의는 조금 있지만, 장기간 가입해야 하는 특성이 있고 펀드 상품을 꺼리는 고객도 있다 보니 문의가 폭주하거나 신규 가입이 폭증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나은행 직원도 "기본적으로 고객 문의는 많지 않고 반대로 영업점에서 직원들이 상품을 안내해주거나 권유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 역시 고객이 먼저 가입을 문의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으며, 프라이빗뱅커(PB)들이 기존 해외펀드 고객 등에게 포트폴리오 재조정 안내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비과세 해외주식형펀드에 대한 판매 첫날의 '무덤덤한' 분위기는 아직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정하다는 인식에 섣부른 투자를 꺼리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게다가 3·1절 공휴일을 앞두고 '징검다리 휴일'의 영향도 있어 본격적인 시장 반응은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해외 펀드에 원래 관심이 있던 사람이라면 몰라도 글로벌 증시가 침체된 상황에서 '비과세'라는 요인만으로 고객을 끌기는 쉽지 않다"며 "그러나 초저금리 시대에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만큼 본격적인 시장 반응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금융업계 관계자도 "현재 얼어붙은 투자 심리를 돌릴 수 있는 상품은 아닌 것 같다"며 "워낙 안 좋은 뉴스가 많고 경제 지표가 안 좋아서 투자를 쉽게 못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김현정 성서호 기자 sncwook@yna.co.kr, khj91@yna.co.kr, s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