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전자·섬유 반색…정유·철강 수익성 악화 우려

재계 산업팀 = 달러화 강세에 힘입어 원/달러 환율이 장중 1,240원선을 돌파하면서 산업계에서는 업종에 따라 벌써부터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29일 오전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244원으로 종가 기준으로 2010년 6월 1,246.1원 이후 5년8개월 만에 최고치다.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 전자 등의 업종은 환율이 상승하면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어 내심 환율 상승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반면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거나 환율 변화에 민감한 정유, 철강 등의 업종은 자칫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까 우려하며 손익 계산에 분주하다.

자동차 업계는 환율 상승 기조가 지속되면 국내공장에서 생산해 해외로 수출하는 물량의 채산성 향상으로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실제 국내공장 생산의 3분의 2 가량을 수출하고 있을 만큼 수출 비중이 큰 현대기아차의 경우는 환율이 상승할수록 수익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몇 년간 한국산 자동차가 엔저로 인해 해외시장에서 일본산 자동차와 경쟁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던 점을 감안하면 최근 원화 약세가 양국 제품의 환율로 인한 가격 경쟁력 격차를 얼마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다만 원달러 환율 상승의 요인이 중국 증시 불안과 국제유가 하락 등의 영향이 크다는 점은 신흥국 판매 비중이 높은 국내 자동차 업계로서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의 경우 수출 비중이 커서 환율 상승의 호재가 있다"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원달러 상승을 중국 및 신흥국 시장을 중심으로 한 경기 위축의 시그널로 받아들여 해당 시장 상황을 면밀히 살피면서 전반적인 자동차 수요 감소에 대응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수출 비중이 높은 업종인 전자업계 역시 환율 인상이 국내에서 만들어 수출하는 전자제품의 가격 경쟁력 강화에 단기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이 복합적 요인이 겹쳐 작용한 만큼 단기적인 환율 효과보다는 시장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원화가치가 떨어지면 수출 경쟁력이 다소 올라갈 수는 있겠지만 글로벌 저성장 기조나 신흥시장 침체 분위기가 심화되는 상황이라 전반적으로 우려의 시각이 크다"고 말했다.

가전업계의 다른 한 관계자도 "원/달러 환율이 인상되면 국내에서 주로 수출하는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등의 분야에서는 수출경쟁력이 좋아지지만 세트(완제품) 분야의 경우 현지 생산과 현지 판매로 운영되고 현지 통화를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큰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환율의 영향에 좌우되기보다는 혁신을 통한 제품과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근본적인 대책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생산량의 70% 가량을 수출에 의존하는 섬유업계는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격경쟁력 유지를 위해 원료가격 상승분을 수출 단가에 반영하지 못했던 섬유업체들은 환차익을 통해 채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환율 변동의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조선·건설업계는 일단 관망하는 분위기다.

조선업계는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대부분이어서 안정적 경영활동을 위해 환 헤지를 하기 때문에 환율 변동의 영향이 제한적이다.

건설업계도 해외 사업장에서 달러와 유로, 현지 통화 등을 번갈아 사용해 환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공사 진행 상황에 따라 선수금, 기성금, 준공금 등 대금을 장기간 분할해 받아 환율 상승의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반면 정유 업계 등은 환율 상승의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어 환율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유 업계는 원유를 전량 수입하는 입장이어서 환율이 상승하면 외화부채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져 영업 외 환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반면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 2에 달할 정도로 수출 중심형 산업구조이기 때문에 장점도 있다.

원유 결제 시점보다 제품 판매시점의 환율이 더 높을 경우 영업이익 개선 효과가 발생하며 재고 평가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원재료를 전량 수입하기 때문에 외화부채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지만 수출 비중이 75%에 달하는 등 수출 중심형 사업구조로 상당 부분이 자연 상쇄된다"고 설명했다.

정유업계에서는 최근처럼 환율 및 유가의 변동이 확대되면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환 헤지 플레이 및 시장 동향 모니터링 등을 강화해 영향력을 최소화하고 있다.

원료의 대부분을 수입하는 철강업계도 원/달러 환율 상승이 회사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달러 강세가 원가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달러 강세는 원가상승으로 이어져 영업이익은 물론 영업 외적으로도 환산 차손에 영향을 미친다"며 "철강 업계가 글로벌 경기 침체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아 원화 약세에 따른 수출경쟁력 제고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