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원·달러 환율이 29일 1230원대 중반에서 하락 마감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장중 심리적 마지노선이었던 1240원대를 돌파한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경제지표 결과에 따라 상승폭이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원·달러 환율, 장중 1245.3원까지 상승…5년8개월來 최고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5원(0.12%) 하락한 1236.7원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상승 출발했으나 장 후반 미 달러화 강세가 둔화되고 당국의 개입 경계감 확대, 수출업체의 네고물량(달러 매도)이 유입되자 하락 전환했다.

김문일 유진투자선물 연구원은 "장중 중국 증시가 낙폭을 축소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며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의 주식 순매수, 정부의 개입 경계감 등이 작용하며 원·달러 환율은 상승폭을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으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지속되고, 미국의 경제지표 호조로 미 달러화가 강세를 나타내자 1243.0원에 출발했다. 지난 주말 상하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회의 결과에 대한 실망감도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장중에는 1245.3원까지 고점을 높였다. 2010년 6월11일(종가 1246.1원) 이후 5년8개월 만에 최고치로 지난 19일 기록한 연고점(1239.6원)을 재차 경신한 것이다. 당시 외환당국은 원·달러 환율이 1240원에 육박하자 4년5개월만에 '구두개입'을 단행하기도 했다.

지난주말 발표된 미국의 지난 4분기 국내총생산(GDP) 수정치는 전기대비 연율 1.0%로 집계됐다. 속보치(0.7%) 대비 상향 조정된 것이다. 1월 핵심 개인소비지출(PCE) 디플레이터는 전월대비 0.3%, 전년동월대비 1.7% 상승했다. 지난해 12월 기록한 물가지수 상승률(전년동기대비 1.4% 전월대비 0.1%)를 웃도는 것이다.

미국의 성장률과 물가지표가 예상 밖의 호조를 나타내면서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인상을 지연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 것이다. 이에 글로벌 달러화는 유로화, 엔화 등 주요국 통화는 물론 신흥국 통화 대비 강세를 나타냈다.

◆"이번주 굵직한 경제지표 대기…1240원대 안착할 것"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이날 원·달러 환율이 주춤한 것에 대해 '속도조절' 차원일 뿐 상승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시장 불안과 함께 당분간 미 달러화가 강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성윤 현대선물 연구원은 "글로벌 불안 요인이 해소되지 않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은 저항선을 계속 뚫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음 저항선인 1250원대를 뚫을 경우 그리스 재정위기 당시 수준이었던 1270원대로 올라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은 달러화 강세 흐름과 함께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미국 금리인상 이슈가 부각된 만큼 경제지표 결과에 민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문일 연구원도 이번주 굵직한 경제지표가 대기중인 만큼 원·달러 환율은 결과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내달 1일 중국의 2월 공식 제조업 PMI지수를 시작으로 2일 연준의 베이지북 결과, 4일 미국의 비농업지표 결과 등을 주목해야 한다"며 "원·달러 환율은 1240원대에서 안착한 후 결과에 따라 상승폭을 확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