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돋보이는 투자 성과를 올리고 있다. 순매수 상위 종목 상당수가 시장수익률(코스피지수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포스코 현대제철 현대건설 등 낙폭 과대주를 저가 매수한 덕분이다. 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등 화장품주에서 ‘쓴맛’을 보며 0.6%대의 저조한 수익률을 냈다.
개미 '삼진' 외국인 '반타작' 기관 '9할타자'
◆기관, 포스코·현대제철로 ‘재미’

2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기관투자가들이 올 들어 지난 25일까지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삼성카드로 나타났다. 이 기간 동안 1조563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현대제철(5369억원) 포스코(3277억원) 삼성물산(3242억원) 삼성생명(3206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기관이 올해 사들인 종목의 평균매수가격(총매수금액/총매수량)과 25일 종가를 비교한 결과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9개에서 수익을 낸 것으로 조사됐다.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1월4~24일)은 7.06%로 이 기간 코스피지수 수익률(-2.17%)보다 높았다. 포스코(14.44%) 롯데케미칼(14.24%) LG전자(11.13%) 현대제철(9.82%) 현대건설(9.65%) 등의 수익률이 좋았다.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주당순자산)이 1배를 밑도는 금융 철강 건설 등의 업종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기관은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네이버(-5.96%)에서만 손실을 봤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외에서 바이오주의 낙폭이 컸고 중국과의 정치적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중국 관련 유통주도 급락하고 있다”며 “기관들이 바이오주 등의 대안으로 저평가된 가치주들을 많이 담았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화장품주에서 ‘쓴맛’

외국인 투자자들은 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실적이 부진했다. 외국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매수가격과 25일 종가를 비교한 결과 평균 수익률은 0.64%였다. 10개 중 5개만 수익을 낸 ‘반타작’이었다. 한국전력(12.82%) LG전자(9.84%) SK이노베이션(7.87%) 등에서는 선전했지만 삼성SDS(-13.91%) LG생활건강(-8.18%) 아모레퍼시픽(-4.14%) 한화케미칼(-4.01%) 에서는 손실을 봤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저조한 성적을 거둔 것은 화장품주를 비롯해 고평가된 종목을 주로 담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외국인이 많이 순매수한 아모레퍼시픽은 PBR이 8.72배, LG생활건강은 8.82배로 회사의 자산 대비 주가가 높은 편이다.

◆개인, 수익률 꼴찌

개인투자자들은 외국인보다 더 좋지 않은 성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1.77%였다. 가장 많이 순매수한 셀트리온은 평균매수가 대비 7.12% 떨어졌다. 카카오(-10.86%) 코스맥스(-10.04%) 호텔신라(-6.26%) 등의 하락률도 컸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개인은 상대적으로 저가 매수 시점을 포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며 “긍정적인 재료가 부각되고 가격이 오른 시점에 뒤늦게 추격 매수하는 일이 많아 수익률이 저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환/민지혜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