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국희 회장 "신영증권 45년째 흑자 비결은 C·E·O"
“본인 스스로 원해야 비로소 숨은 보석을 찾을 수 있습니다. 진심이 없으면 바로 옆에 있는 보석도 못 보는 거죠.”

증권업계 ‘큰 어른’인 원국희 신영증권 회장(83·사진)은 25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열린 신영증권 창립 60주년 기념식에서 “고객과의 신뢰도 진심 어린 마음이 있어야 가능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무언가를 열정을 갖고 깊이 들여다 보면 뜻을 이루게 되는 것처럼 고객과의 신뢰도 고객이 원하는 것을 들여다보는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설명이다.

‘고객과의 신뢰’는 원 회장의 오랜 경영 철학이다. 회사를 경영하면서 항상 ‘CEO’를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기서 CEO란 최고경영자가 아니라 고객(customer) 직원(employee) 주주(owner)를 지칭한다. 그는 “고객 편의와 이익을 가장 중시해야 한다”며 “직원이 행복하게 일하고 주주가 만족하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인은 시간을 잘 지켜야 하고 고객에게 농담을 삼가야 한다”며 이를 고객 신뢰를 얻기 위한 두 가지 태도로 꼽았다.

1956년 출범한 신영증권은 1949년 국내 최초로 설립된 교보증권(옛 대한증권)과 함께 국내 자본시장의 역사를 쓰고 있는 증권사로 손꼽힌다. 원 회장이 1971년 인수한 이후 45년째 흑자를 내고 있다.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원 회장은 14년간 받은 월급으로 배당성향이 높은 은행주, 한국전력 등의 주식에 투자해 돈을 번 뒤 지인들과 함께 신영증권을 인수했다. 가치투자 전문 운용사인 신영자산운용이 자회사다.

원 회장은 “신영증권은 대기업에 속한 회사가 아니라 의지할 곳도 기댈 곳도 없다”며 “유일하게 믿을 곳은 고객뿐”이라고 강조했다. 고객과의 믿음을 지키면서 정도를 걸어왔기 때문에 많은 증권사 주인이 바뀌는 동안에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고객 입장에서 차별화된 가치를 공유하고 진정성 있게 행동하는 독보적인 회사가 되는 게 중장기 비전”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념식에는 지난해 우수한 성과를 낸 부서 및 직원에게 ‘자랑스런 신영인상’이 수여됐다. 대상은 패밀리오피스 서비스로 차별화된 자산관리 모델을 보여준 김응철 APEX패밀리오피스부 이사가 받았다. 손민기 경영지원팀 부장 등 46명은 장기근속자 포상을 받았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