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빛'이 안보여…빚내서 산 주식 갚는 개미 늘었다
빚을 내 주식을 사들였던 개인투자자들이 빠른 속도로 주식을 처분해 차입금을 갚고 있다. 개인들이 신용융자로 매입한 주식 규모(신용잔액)는 이달 들어서만 4000억원 이상 줄어 6조2000억원대로 내려왔다. 유동성 장세에 힘입어 한때 8조원대까지 불어났던 신용잔액이 작년 3월20일(6조2887억원)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투자심리가 급격히 악화하면서 증시 상승에 대한 확신이 없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신용잔액 6조2000억원대로 ‘뚝’

주식시장 '빛'이 안보여…빚내서 산 주식 갚는 개미 늘었다
24일 금융투자협회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이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을 사들인 신용잔액 규모는 6조2960억원(지난 23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이달 초(6조7102억원)보다 4000억원가량 줄었다.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작년 7월28일(8조488억원)에 비해 20% 이상 감소했다. 신용융자는 대출 이자보다 주가가 더 큰 폭으로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많을 때 늘어나기 때문에 증시 투자 심리를 엿볼 수 있는 ‘가늠자’로 꼽힌다.

시장별로는 유가증권시장의 신용잔액이 2조9029억원, 코스닥시장이 3조3931억원으로 집계됐다. 유가증권·코스닥시장의 신용잔액은 모두 작년 3월 하순 수준으로 돌아갔지만 체감온도는 코스닥이 더 낮다. 중소형주 강세에 힘입어 코스닥 신용잔액은 작년 5월 말 4조원까지 치솟은 이후 줄곧 3조5000억~4조원 수준을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 엔화 금을 중심으로 한 ‘안전자산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증시의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는 분석이다. 신용융자를 새로 얻어 주식을 사들이는 추세가 꺾였고 만기가 돌아온 신용융자에 대해서도 대체로 빚을 갚는 선택을 하고 있다. 변준호 HMC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중국 경기둔화와 국제 유가 급락 등 대외 악재들이 이미 노출된 재료였다면 이달에는 환율 상승과 금가격 폭등 등 새로운 위험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며 “일본 미국 등 선진국 주식시장도 약세로 돌아서자 시장에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심리가 커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12일 코스피지수 1840선이 무너지면서 반대매매가 이뤄진 경우도 적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신용융자를 얻어 사들인 주식은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보유한 사람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반대매매(강제 주식처분)가 이뤄진다.

◆“수급 악화 부담 덜었다”

신용잔액이 줄어들면서 수급 악화에 대한 부담은 줄어들었다. 신용잔액이 증가하면 만기(일반적으로 6개월 미만) 때 상환(주식 처분)할 가능성이 있고 주가가 급락하면 반대매매가 이뤄질 가능성도 높아 주식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지난해 말 대비 신용잔액이 줄어든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는 포스코(204억원 감소) 삼성물산(176억원) 현대건설(119억원) 현대상선(98억원) 롯데케미칼(96억원) 현대자동차(84억원) 등이다. 코스닥시장에선 바이로메드(253억원)와 코오롱생명과학(92억원) 한국사이버결제(74억원) 카카오(62억원) 등의 신용잔액이 많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주옥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추가로 수급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는 줄어들었지만 수급만으로 투자심리가 개선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외국인이 본격적으로 순매수로 돌아서는 등의 모멘텀(계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