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제 유가가 날마다 급등과 급락을 반복면서 글로벌 증시는 물론 국내 증시도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주식시장은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들의 감산 결정만 기다리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주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를 중심으로 4개 산유국이 산유량 동결을 약속하면서 국제유가는 연초 급락세에서 벗어나 30달러선에서 바닥을 다지고 있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4월물은 32달러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1월 22달러선까지 떨어졌던 두바이유 현물 가격도 30달러선을 유지했다.

알리 빈 이브라힘 알-나이미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이 2009년 이후 7년 만에 IHS-케임브리지에너지연구소(CERA) 연례회의(에너지회의)에 참석하기로 하면서 감산 기대는 더 커졌다.

하지만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잇따라 강경 발언을 쏟아내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이란 석유부 장관인 비잔 잔가네는 동결 협력 가능성에 대해 “농담같은 소리(This is more like a joke)”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주변국들이 산유량을 하루 평균 1000만배럴까지 증대해 놓고 동결을 주장했다”면서 “이란의 동결량은 하루 평균 100만배럴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알리 빈 이브라힘 알-나이미 장관 역시“감산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면서 “감산을 약속하더라도 이를 지킬 산유국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는 듯했던 산유국들이 다시 대립을 시작한 것이다. 각국 장관들의 강경 발언에 23일(현지시간) 국제유가는 또 다시 급락, 4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4.55% 하락한 배럴당 31.87달러를 기록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알리 빈 이브라힘 장관은 유가 수요를 낙관하며 감산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했다"며 "이는 지난 1월 산유량 동결 합의 수준의 생산량을 유지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1% 하락했고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과 나스닥지수도 1% 이상 떨어졌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국 증시도 1% 이상 하락했다.

그럼에도 유가가 현재 수준보다 하락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유경하 동부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바닥을 탈출할 시점이 왔다"며 "연말까지 WTI는 배럴당 50달러 부근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란의 증산 위험성이 과대평가됐고 주요 산유국 간의 유가안정 공조가 이뤄지며 공감대를 형성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유 연구원은 "이란 정부는 경제제재 해제 직후 일일 50만 배럴, 6개월 안에 추가로 50만 배럴을 증산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2년이나 설비 가동을 중단한 데다가 설비투자 감소·노후화를 겪어 정상 가동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미국 에너지정보청(EIA)는 이란의 올해 원유 생산량 증가폭을 50만~60만 배럴로 추정했다.

낮은 유가에 따른 수익성 악화도 이란의 증산을 막는 요소다. 노르웨이의 에너지 컨설팅 업체인 리스타드에너지에 따르면 이란의 유전 신규개발 프로젝트의 생산원가는 배럴당 30~35달러로 현재 유가가 유지될 경우 수익성이 확보되지 못한다. 결국 증산 일정을 미루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산유량 동결을 합의한 4개 산유국 간의 협의도 긍정적인 요소다. 특히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적으로 나섰다는 점이 중요하다. 올해 러시아는 자국의 원유 생산량이 소폭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현 일일 1000만 배럴 수준의 생산량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국제유가가 바닥을 탈출하면 유가와 강한 동조화(커플링)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국내 증시에도 긍정적인 신호가 켜질 확률이 높다. 특히 수출주와 원자재 업종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은택 SK증권 연구원은 “1월 베이지북(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지역경제동향보고서) 발표 이후 유가가 바닥 다지기 국면에 들어섰다”면서 “한동안 수출주와 원자재 관련주의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armij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