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장사 정기 주주총회의 관전 포인트는 ‘몸값 올리기’다. 해외 경쟁사들에 비해 저평가받고 있는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상장사들은 주총에서 각종 신사업 추진의 근거를 마련, 신성장동력 찾기에 나설 계획이다. 분기배당제 등 ‘글로벌 스탠더드(국제 표준)’에 맞는 주주친화 방안도 잇따라 도입할 예정이어서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LG화학, 종묘 생산…엔씨, 전자금융 진출
LG화학 SK텔레콤 엔씨 신사업 물색

한국경제신문이 22일 삼성증권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지난 11일 MSCI 국가지수 기준 한국 주요 상장기업 107곳의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주당순자산)은 0.9배로 나타났다. PBR이 1배 미만이라는 것은 주가가 장부상 순자산가치(청산가치)에도 못 미칠 정도로 저평가돼 있다는 의미다. 국내 상장사들의 가치는 미국(PBR 2.3배) 대만(1.4배) 중국(1.1배) 일본(1.0배)보다 낮은 수준으로 평가됐다. 주가수익비율(PER=주가/주당순이익)도 한국 상장사들은 10.2배로 미국(15.2배) 대만(11.6배) 일본(12배)을 밑돌았다.

최진혁 SK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기 둔화와 유가 하락, 세계 교역량 감소 등의 여파로 한국 제조업체들의 실적 예상치가 점점 낮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달 하순부터 본격적으로 막이 오르는 주총시즌에서 사업목적에 신사업을 추가하는 종목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게 증권가의 시각이다. 신규사업을 바탕으로 실적 향상이 기대되는 종목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초 동부팜한농을 인수한 LG화학은 농화학사업에서 신성장동력을 찾을 계획이다. 다음달 18일 열리는 주총에서 정관을 고쳐 종묘생산·종자육종 사업 등을 신규로 추가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건축자재와 석고·시멘트·의약품 사업도 새로 추가하며 사업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LG화학 관계자는 “불투명한 사업 환경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사업 분야를 확장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스마트그리드(지능형전력망) 사업, 엔씨소프트는 전자금융·음악영상관리 사업, 만도는 전기자동차 사업을 각각 사업목적에 추가할 예정이다. 셀트리온은 화장품 연구개발 사업을 추가한다. 이 회사는 2013년 인수한 화장품 업체 셀트리온스킨큐어(옛 한스킨)를 통해 올해 바이오 소재 화장품을 선보였다. 세계 최대 화장품 제조업체인 이탈리아의 인터코스와 손잡고 작년 말 화장품 제조업에 뛰어든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화장품 용기 사업을 새로 사업목적에 포함할 계획이다. 넥센타이어는 타이어렌털 사업을 추가한다.

◆배당금 증액 등 주주친화 방안 눈길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상장기업 주식을 외면하는 가장 대표적인 이유 중 하나로 ‘짠물 배당’이 꼽힌다. MSCI 기준으로 한국 상장사들의 2015년 평균 배당수익률(주당배당금/주가)은 1.97%로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미국(2.44%) 대만(4.23%) 중국(3.37%) 일본(2.39%) 등의 배당수익률을 크게 밑돈다.

일부 상장사들은 올해 주총에서 배당제도를 뜯어고쳐 ‘만년 주가 저평가’ 요인을 해소하기로 했다. 포스코는 다음달 11일 열리는 주총에서 분기배당제를 도입하기 위해 정관을 변경할 계획이다. 정관을 고친 뒤 3·6·9·12월에 걸쳐 연간 네 차례 배당할 방침이다. 삼성전자와 로만손도 다음달 주총을 통해 분기배당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물산 SDS 등 삼성그룹 계열사는 경영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대표이사와 이사회의장 자리를 분리하는 정관 변경안도 다음달 주총에서 통과시킬 계획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