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고삐 풀린 원·달러 환율에 불안한 증시…"외국인 이탈? 괜찮다"
원·달러 환율이 치솟고 있다. 연초에 달러당 1200원을 뛰어넘은 이후 두 달 만에 1230원을 상향 돌파했다. 2010년 6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국내 주식시장에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의 자금 이탈 우려가 번지고 있다. 그러나 증시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아직까지 환율 급등에 크게 반응하지 않고 있다"며 "내달부터 글로벌 정책 공조로 환율 시장도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달러 환율은 설 연휴 이후 7거래일 만에 30.9% 급등했다. 지난 19일에는 장중 1239.35원까지 올라서기도 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지나친 환율 쏠림 현상에 대한 조치를 강구하겠다며 구두 개입에 나서지 않았다면 1240원을 넘어설 수도 있었다.

증권업계는 환율 급등의 원인으로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기대감과 글로벌 이슈에 따른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 등을 꼽고 있다.

홍춘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22일 "유럽발 금융위기와 유가급락 등 글로벌 이슈들로 인해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심화되고 있다"며 "글로벌 경기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원화가 위험자산 취급을 받고 있어 가치가 하락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환율의 상승은 중국 경기 경착륙 가능성과 국내 금리인하 기대감이라는 양대 이벤트가 동시에 작용해 발생한 것"이라며 "1230원 이후의 방향성은 중국 경기와 국내 통화정책에 달려있다"고 전망했다.

다행인 것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아직까지 환율 급등에 크게 반응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1150원을 넘어서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환차손에 대한 우려로 매도에 나서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환율 급등세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이 매도로 돌아서지 않으면서 지수는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김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이어지던 외국인 매도는 1월 말 이후 강도가 약화되다가 지난주 들어 줄어들기 시작했다"며 "비차익을 중심으로 한 프로그램은 지난달 22일 이후 매수가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코스피가 주요국 증시 중 러시아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며 "외국인이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손보다 투자에 따른 자본차익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는 3월 이후 환율이 안정을 찾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정책 공조가 부활하고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시기 연기가 현실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바닥권에 머물던 유가가 반등할 확률이 높다는 것도 주요 요인이다. 최근 주요 산유국들이 생산량 동결에 합의하는 등 유가의 급격한 폭락 가능성이 낮아졌고 2분기부터 수요가 늘어나며 계절적인 반등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박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은 추가 상승하기보다는 1230원 선에서 하락 안정화하는 흐름이 될 것"이라며 "이미 중국의 경기 둔화와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기대감이 시장에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홍 연구원도 “3월에는 1180~1280원을 유지할 것”이라며 “2분기 이후에는 환율 변동성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armij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