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은 '깡통 DLS' 1조어치 상반기 만기
국제 유가·원자재값 급락에 DLS 90% 원금 '반토막' 위기
중도상환보다 만기 택한 투자자들 손실폭 더 키워
금융당국 "불완전 판매 조사"
21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무더기로 손실구간에 진입한 원자재 연계 DLS 중 상당수가 올해 상반기 중 만기를 맞는다. 이 중 90% 이상이 원금의 절반 이상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이다.
원유와 연계한 DLS들이 물량도 많고 손실폭도 크다. 올 들어 이날까지 손실이 확정된 채 만기 상환된 원유 DLS는 116개 상품, 3278억원어치다. 올해 상반기가 지나면 손실 상환 물량이 6000억원어치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손실구간에 진입해 기초자산 가격 하락폭만큼 원금을 떼이는 것으로 계약조건이 바뀐 DLS 중 상반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물량이 3015억원어치가 더 있기 때문이다. 이런 ‘깡통 DLS’로 사전에 약정한 원리금을 받으려면 유가가 배럴당 70달러 선을 회복, 만기상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현재 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안팎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대하기 힘든 시나리오다.
은(銀)을 기초로 발행된 DLS들도 상황이 비슷하다. 올 상반기 중 만기를 맞는 은 DLS 중 이미 원금을 떼인 채 상환됐거나 손실 상환이 유력한 상품은 974억원어치에 달한다. 현재 국제 은 시세는 온스당 15달러 안팎이다. 30달러 이상에서 거래됐던 3년 전의 절반 수준이다. 한 증권사의 파생상품부서 관계자는 “원자재 DLS의 절반 이상이 공모가 아닌 사모로 발행되는데 이 물량은 통계에 드러나지 않는다”며 “올해 상반기에 상환되는 깡통 DLS의 규모는 적게 잡아도 1조원 이상일 것”이라고 말했다.
◆‘역전 홈런’은 없었다
원자재 DLS 투자자 대부분은 중도상환 대신 만기상환을 택했다는 후문이다. 원금을 되찾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손실폭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 끝까지 상품을 보유한 투자자들이 많았다는 얘기다. 이 같은 선택은 투자자들에게 오히려 ‘독’이 됐다는 분석이다. 작년 12월 이후 유가가 30% 이상 더 떨어졌기 때문이다. 작년 말 중도상환을 신청한 투자자들은 원금의 5% 안팎인 중도상환 수수료를 물었지만 만기상환을 받은 투자자보다는 10% 이상의 원금을 더 건질 수 있었다.
금융당국은 ‘깡통 DLS’들의 만기상환 과정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DLS 투자자들이 제기하는 민원에 대해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며 “증권사들이 불완전 판매를 했다는 증거가 나오면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 원자재 DLS(파생결합증권)
원유 금 은 등을 기초자산으로 활용하는 파생상품. 해당 원자재값이 만기 때까지 계약 시점보다 40~60% 떨어지지 않으면 연 8~10% 정도의 수익을 낼 수 있다. 손실구간에 진입하면 계약 시점 대비 기초자산 가격 하락폭 만큼 원금을 떼이는 것으로 계약조건이 바뀐다. 주가지수나 개별종목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주가연계증권(ELS)과 구조가 같다.
송형석/이유정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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