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만기를 맞은 KDB대우증권 파생결합증권(DLS) 1080호의 수익률은 -74.47%였다. 1000만원어치의 DLS를 매입했던 투자자가 3년 만에 되돌려받은 원금이 255만3000원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DLS의 기초자산이었던 브렌트유가 문제였다. DLS가 처음 설정됐던 2013년 2월만 해도 브렌트유는 배럴당 120달러 안팎에 거래됐다. 꾸준히 배럴당 100달러 이상에 거래됐던 브렌트유 가격은 2014년 하반기부터 급락하기 시작했고 올해 들어선 30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원유·은 '깡통 DLS' 1조어치 상반기 만기
◆‘깡통 DLS’ 줄줄이 만기상환

21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무더기로 손실구간에 진입한 원자재 연계 DLS 중 상당수가 올해 상반기 중 만기를 맞는다. 이 중 90% 이상이 원금의 절반 이상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이다.

원유와 연계한 DLS들이 물량도 많고 손실폭도 크다. 올 들어 이날까지 손실이 확정된 채 만기 상환된 원유 DLS는 116개 상품, 3278억원어치다. 올해 상반기가 지나면 손실 상환 물량이 6000억원어치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손실구간에 진입해 기초자산 가격 하락폭만큼 원금을 떼이는 것으로 계약조건이 바뀐 DLS 중 상반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물량이 3015억원어치가 더 있기 때문이다. 이런 ‘깡통 DLS’로 사전에 약정한 원리금을 받으려면 유가가 배럴당 70달러 선을 회복, 만기상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현재 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안팎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대하기 힘든 시나리오다.

은(銀)을 기초로 발행된 DLS들도 상황이 비슷하다. 올 상반기 중 만기를 맞는 은 DLS 중 이미 원금을 떼인 채 상환됐거나 손실 상환이 유력한 상품은 974억원어치에 달한다. 현재 국제 은 시세는 온스당 15달러 안팎이다. 30달러 이상에서 거래됐던 3년 전의 절반 수준이다. 한 증권사의 파생상품부서 관계자는 “원자재 DLS의 절반 이상이 공모가 아닌 사모로 발행되는데 이 물량은 통계에 드러나지 않는다”며 “올해 상반기에 상환되는 깡통 DLS의 규모는 적게 잡아도 1조원 이상일 것”이라고 말했다.

◆‘역전 홈런’은 없었다

원자재 DLS 투자자 대부분은 중도상환 대신 만기상환을 택했다는 후문이다. 원금을 되찾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손실폭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 끝까지 상품을 보유한 투자자들이 많았다는 얘기다. 이 같은 선택은 투자자들에게 오히려 ‘독’이 됐다는 분석이다. 작년 12월 이후 유가가 30% 이상 더 떨어졌기 때문이다. 작년 말 중도상환을 신청한 투자자들은 원금의 5% 안팎인 중도상환 수수료를 물었지만 만기상환을 받은 투자자보다는 10% 이상의 원금을 더 건질 수 있었다.

금융당국은 ‘깡통 DLS’들의 만기상환 과정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DLS 투자자들이 제기하는 민원에 대해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며 “증권사들이 불완전 판매를 했다는 증거가 나오면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 원자재 DLS(파생결합증권)

원유 금 은 등을 기초자산으로 활용하는 파생상품. 해당 원자재값이 만기 때까지 계약 시점보다 40~60% 떨어지지 않으면 연 8~10% 정도의 수익을 낼 수 있다. 손실구간에 진입하면 계약 시점 대비 기초자산 가격 하락폭 만큼 원금을 떼이는 것으로 계약조건이 바뀐다. 주가지수나 개별종목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주가연계증권(ELS)과 구조가 같다.

송형석/이유정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