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공시제도 도입을 앞두고 자산운용사를 비롯한 기관투자가들이 투자전략이 노출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은 사고(롱), 내릴 것으로 보이는 종목은 공매도(쇼트)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롱쇼트펀드 운용담당자들의 고민이 깊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투자자들은 공매도 물량이 전체 발행주식의 일정 수준을 넘어설 때 인적사항과 공매도 잔액 등을 공시해야 한다. 공시 의무를 지키지 않거나 허위보고를 하면 최대 5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일본과 유럽연합(EU)에서는 공매도 물량이 전체 발행주식의 0.5% 이상이면 공시하도록 한 만큼 이를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며 “구체적인 공시 기준은 의견수렴을 거쳐 시행령에 규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관투자가들은 공시 기준을 0.5% 이상으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자산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시가총액 2000억원 미만의 중소형주에 0.5% 기준을 적용하면 10억원 이상 공매도할 때도 공시해야 한다”며 “공시가 나가면 해당 회사와의 관계가 악화되고 주가 분석을 위한 기업탐방 등에도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롱쇼트펀드 투자수익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공매도 공시가 뜨는 종목은 주가에 긍정적인 재료가 나오면 쇼트커버링에 대한 기대에 매수세가 몰릴 수 있다.

쇼트커버링이란 공매도 투자자들이 빌려 매도한 주식을 다시 사들이는 것으로 단기적으로 주가를 올리는 효과를 낸다. 해당 종목의 주가가 급등하면 공매도 투자자의 수익률은 그만큼 나빠진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