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차익 공유할 것"…롯데제과·롯데칠성 액면분할도 검토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호텔롯데의 공모가가 10만원 안팎에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7일 금융투자업계와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호텔롯데의 IPO는 경영권 분쟁 및 일본 기업 이미지 등으로 악화된 여론을 극복하는 차원에서 추진되는 만큼 '비싸지 않은' 수준의 공모가가 제시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 업계 고위 관계자는 "10만원 안팎 수준의 공모가 검토가 이뤄지는 것으로 안다"며 "일반 투자자의 공모 참여 비율을 높일 수 있는 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롯데그룹과 상장 주관사 측은 상당히 보수적으로 기업가치를 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모가 산정을 위한 비교 대상 기업인 호텔신라 밸류에이션(평가가치)에 비교적 큰 할인율을 적용했다는 것이다.

호텔롯데가 지난해 9월 임시주총을 열어 종전 1만원이었던 주식 액면가를 5천원으로 낮춘 것도 낮은 공모가를 위한 사전작업 성격이 강하다.

액면가를 쪼개면 그만큼 주가도 내려가기 때문이다.

특히 롯데그룹의 다른 핵심 상장사들은 '황제주'로 군림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이번 공모가는 한층 더 '투자자 친화적'이 될 전망이다.

전날 기준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의 주가는 각각 238만1천원과 201만원으로 고가주 1위와 2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가장 비싼 주식'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던 것으로 전해지지만 너무 높은 가격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란 지적도 받아왔다.

지난 2006년 롯데쇼핑 상장 당시에는 고평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공모가를 40만원으로 높게 잡았다가 주가 하락으로 투자자들을 실망시킨 사례도 있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은 이번 상장이 기업 이미지와 여론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투자 문턱을 낮추는 데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공모에 참여한 투자자들이 상장 차익을 함께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데에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라며 "그러한 차원에서 공모가 희망 밴드가 설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호텔롯데의 공모 규모와 관련해서는 롯데그룹이 전체 주식 수의 35~40% 수준을 시장에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작년 8월 호텔롯데 상장을 약속했을 때만 해도 시장에서는 호텔롯데의 기업가치를 많게는 20조원까지 내다봤다.

그러나 최근 약세장 진행과 지난해 면세점(월드타워점) 특허 면허 갱신 실패 등의 요인으로 현 기업가치는 절반 수준으로 깎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럼에도 증권가에서는 호텔롯데의 공모 규모가 역대 최대인 삼성생명의 공모액(약 4조9천억원)은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은 "공모가와 밸류에이션 등은 아직 산정 중"이라면서 "다만 '황제주' 논란이나 롯데쇼핑 상장 때와 같은 실수가 다시 나오지 않도록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호텔롯데는 지난달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뒤 증권신고서 제출을 앞두고 있다.

이르면 오는 5월 상장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롯데그룹은 초고가로 거래되는 롯데제과와 롯데칠성 등 일부 계열사 주식에 대한 액면분할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액면분할을 통해 주가가 낮아지고 주식 물량은 늘어나게 되면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진입 문턱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sj99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