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전장사업' 강화…LG전자 6만원 눈앞
국내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자동차 전기장치(전장)사업으로 성장축을 대거 이동하고 있는 가운데 선봉장 격인 LG전자 주가가 주목받고 있다. 미래 시장으로 뜨고 있는 자율자동차(스마트카) 분야에서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성공할 경우 기업가치가 한 단계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LG전자는 1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보다 3.12% 오른 5만9500원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의 동반 매수세가 몰리면서 9개월여 만에 최고점을 기록했다. 1년 최저가(3만9300원)를 찍은 지난해 8월 대비 51.39% 오른 가격이다.

TV와 가전 부문에서 꾸준한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신수종 사업으로 밀고 있는 자동차 전장사업에 대한 실적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LG전자는 지난 10년간 스마트폰 사업의 고전으로 어려움을 겪어왔지만 앞으로 10년은 자동차 부품(VC)사업 성장성에 기반한 재평가가 진행될 것”이라며 LG전자 목표가를 7만5000원에서 8만원으로 올려 잡았다.

국내 IT 업체 가운데 전장 매출 비중이 11%로 가장 높은 LG이노텍은 이날 3.78% 오른 8만5200원에 마감했다. 올해 전장 관련 매출이 30% 이상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주가 상승에 한몫했다.

삼성전자의 ‘전장 약발’은 LG에 비해 다소 미약한 편이다. 다만 조만간 공개하는 스마트폰 ‘갤러시S7’ 기대감에 힘입어 이날 주가는 1.21% 소폭 반등했다.

중소업체들도 스마트폰에서 전장 부품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권성률 동부증권 기업분석2팀장은 “커넥터(전원과 기기의 연결장치) 제조업체인 우주일렉트로닉스와 납도포 상태를 3차원으로 검사하는 기술력을 가진 고영 등 자동차 전장 부품사로 빠르게 변신하고 있는 중소업체들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증권가는 향후 전장사업에 적극적인 IT 기업과 소극적인 기업 간 주가가 더욱 극명하게 엇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진성혜 KTB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16개 일본 IT 업체를 분석한 결과 전장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한 무라타 등 10개사는 작년 말 기준 시가총액이 3년 만에 3.1배 증가했지만 신코 등 소극적인 업체들은 1.3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고 말했다. 같은 기간 양쪽의 영업이익률과 매출증가율 격차도 8%포인트, 20%포인트가량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국내 IT 기업들의 전장 부문 실적이 일본만큼 가시화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전장 관련 매출 비중이 일본 기업(약 20%)에 비해 현저하게 낮기 때문이다. 전장 관련 제품군이 내비게이션, 카메라모듈, 2차전지, 디스플레이 등에 한정돼 있는 것도 약점으로 꼽힌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