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문가 대다수는 중국의 경기 둔화, 저(低)유가, 일본 주식시장 급락, 환율 변동성 증대 등으로 촉발된 국제 금융시장 불안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 금융시장 불안→신흥국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신흥국 증시 급락→중국 등 신흥국 경기 침체→유가 등 원자재 가격 하락’의 악순환이 지속되면 신흥국 수출 비중이 60%에 육박하는 한국 경제도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도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급격하게 커진 환율 변동성과 외국인 자금 이탈 가능성에 대응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전문가 80% "엔화 강세 당분간 지속될 것"
◆“금융시장 불안 당분간 지속”

14일 한국경제신문이 증권사 은행 민간연구소 경제전문가로 구성된 ‘한경이코노미스트클럽’ 회원 15명에게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의 지속성’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답한 전문가는 한 명도 없었다. 13명(86.7%)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답했고, 나머지 두 명(13.3%)은 ‘1년 이상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선태 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국제 금융시장 불안은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요인 탓”이라며 “주요 국가들이 정책 대응에 나서면 1분기 말에서 2분기 사이에는 금융시장 불안 정도가 최고점은 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원인 중 하나인 일본 경제의 불확실성과 관련해 전문가의 86.7%가 ‘일본의 경기 회복이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회복될 것’과 ‘현재 상황에선 예상이 어렵다’고 답한 전문가는 한 명씩이었다. 일본 금융당국의 목표와 달리 ‘엔화는 당분간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한 전문가도 11명(73.3%)이었다. 1년 이상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본 전문가도 한 명(6.7%) 있었다. 나머지 세 명(20.0%)은 ‘일시적 엔화 강세’라고 답했다. 현재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13.2엔으로 작년 말(달러당 120.6엔) 대비 6.1% 급락(엔화 가치 상승)했다.

◆안전자산 선호로 국채 인기

국제 금융시장 불안 때문에 국내 경제에도 타격이 있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올해 국내 경제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80.0%(12명)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수출 부진’이 국내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했다.

신흥국 자산시장 침체로 경기가 둔화되면 신흥국 수출 비중이 60%에 달하는 한국도 부정적인 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가계부채, 국내 금융시장 불안, 총체적인 위기를 꼽은 전문가는 한 명씩이었다. 올해 국내 경제 성장률에 대해선 한은의 공식 전망치인 3.0%를 밑돌 것이라고 답한 전문가가 13명(86.7%)에 달했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 등으로 국고채 금리는 좀 더 하락(채권 가격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3월 말까지 하락세를 보일 것이란 전문가는 여덟 명(53.3%), 상반기엔 계속 하락할 것으로 내다본 전문가도 네 명(26.7%)이다. 하락세가 1년 이상 지속될 것이라고 답한 전문가도 한 명 있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채권에 대한 선호도가 커진 것이 시장의 불안심리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수/김유미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