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지수가 폭락한 1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시세판 앞에서 직원들이 시황을 살펴보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코스닥지수가 폭락한 1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시세판 앞에서 직원들이 시황을 살펴보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연초 하락장을 잘 버텨온 코스닥시장이 무너졌다. 오는 15일 춘제(중국 설) 연휴를 끝내고 개장하는 중국 주식시장이 그동안 쌓인 글로벌 악재들의 십자포화를 맞을 것이라는 공포가 확산되면서 지레 겁을 먹은 모습이었다. 거품 논란이 일었던 제약·바이오주가 가장 세게 정을 맞았다. 세계 경기 둔화 우려가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부추기면서 주요 투자자의 코스닥시장 탈출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차익실현 매물에 난타

[한국 증시 '검은 금요일' 공포] "중국 증시도 폭락하나" 미리 겁먹은 코스닥…제약·바이오주마저 휘청
지난 5일 설 연휴 시작 직전에 680을 웃돌던 코스닥지수는 불과 2거래일 만인 12일 600 초반으로 주저앉았다. 이틀간 10.69%나 빠졌다. 시가총액은 21조748억원 증발했다.

그간 코스닥시장의 버팀목 역할을 하던 제약·바이오주가 된서리를 맞았다. 코스닥 제약업종지수는 이날 10.32% 급락했다. 코스닥 대장주인 셀트리온(-11.66%)을 비롯해 시가총액 상위 종목인 메디톡스(-12.755) 코미팜(-10.46%) 코오롱생명과학(-11.95%) 케어젠(-11.51%) 등이 일제히 10% 넘게 급락했다. 디오(-10.19%) 인바디(-8.16%) 하이로닉(-9.82%) 등이 포함된 의료기기업종도 6.04% 내렸다.

위험회피 심리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이 큰 ‘고(高)주가수익비율(PER)’ 주식들에 대한 차익실현 욕구를 부채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코스닥 제약·바이오업종 평균 PER은 70배에 이른다. 셀트리온(93배), 코오롱생명과학(183배)의 PER은 업종 평균을 훌쩍 넘는다.

김승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 주식시장에서는 이미 연초부터 제약·바이오주가 빠지기 시작했다”며 “경기 불확실성과 성장에 대한 우려가 불안심리를 자극했다”고 말했다. 제약·바이오주 외에 카카오(-7.85%) 동서(-3.78%) 이오테크닉스(-4.42%) 파라다이스(-3.15%) 등 다른 업종의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도 실적 부진과 업황 악화에 맥을 못췄다. 이날 코스피지수도 1.14% 떨어져(1835.28) 전날(-2.93%)에 이어 하락했다. 기관투자가가 4286억원어치를 사들였지만 외국인 투자자(2978억원)와 개인(1902억원)의 매도세가 지수를 끌어내렸다.

◆안전자산 향한 탈출 시작되나

안전자산을 향한 코스닥 탈출 행렬은 기관투자가와 외국인 투자자가 주도했다. 주요 투자주체의 동반 ‘매물 폭탄’에 상대적으로 시장 규모가 작은 코스닥시장이 더 크게 흔들렸다.

최근 2거래일간 외국인은 코스닥시장에서 1900억원, 기관은 1815억원어치를 내다팔았다. 코스닥시장에서 뺀 돈을 채권 금 등 안전자산으로 옮기려는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시기에는 평소 성장 프리미엄을 누리던 중소형주가 더 타격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위험회피 심리가 퍼지면서 그동안 많이 오른 주식을 먼저 처분하려는 수요가 몰렸다”며 “특히 15일 개장하는 중국 증시가 폭락세를 보일 것이라는 비관론이 코스닥시장에 큰 타격을 줬다”고 진단했다.

연초 세계 주식시장이 요동칠 때 코스닥시장이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여온 것이 변동성이 커진 요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연초 이후 코스닥이 유가증권시장 대비 낙폭이 작았던 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낙폭이 더욱 컸다는 것이다.

향후 코스닥지수의 조기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여러 악재의 성격상 앞으로 단기 조정이 아니라 본격적인 약세장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며 “코스닥지수가 550선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