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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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설 연휴 후유증'을 치르고 있다. 닷새간의 설 연휴 이후 거래를 재개한 첫날 코스피는 2% 이상 급락하며 1860선까지 밀려났다. 연휴동안 안전자산 쏠림 현상에 세계 증시가 급락한 탓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세계 증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상승 동력이 부족하고 악재가 산재해 있는 만큼, 당분간 보수적인 전략을 취하라는 주문이다.

11일 오전 11시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보다 45.99포인트(2.40%) 내린 1871.74를 나타내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장중 한때 1863.97(-2.81%)까지 밀렸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선진국 주식 시장의 폭락 영향을 받아 코스피가 하락했다"며 "기존 악재에 추가적인 요인들이 더해지며 낙폭이 커졌다"고 말했다.

설 연휴 기간 동안 세계 증시는 출렁였다. 지난 8~10일 일본 닛케이225지수(-6.6%), 미국 다우지수(-3%), 독일 닥스지수(-4%) 등이 급락했다. 특히 닛케이255지수는 전날 종가 기준 15,713.39를 기록하며, 2014년 10월 이후 1년3개월여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요국의 국채금리가 마이너스(-)인 전대미문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며 "이처럼 세계 경기 전망이 어두워지자 세계적으로 안전자산 쏠림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로 인해 유로화와 엔화 가치가 올라가면서 독일과 일본 증시가 급락했다"며 "특히 일본의 경우 아베노믹스로 인해 엔저기반이 무너지면 시장이 무너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다만 국내 증시의 낙폭은 비교적 해외 증시에 비해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다. 오태동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세계 증시의 폭락은 평가가치(밸류에이션)가 급등한 자산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한국 등 신흥국 주식시장은 이미 가격조정이 진행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코스피가 1850선 내외에서 저점을 형성할 것이란 관측이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지수의 저점은 주가순자산비율(PBR) 0.9배인 1850선 내외로 예상한다"며 "0.9배는 과거 리먼 사태와 유럽 위기 때도 지켜졌던 지수대"라고 했다.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작년과 올해 저점인 1830선까지는 밀려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한국 증시의 기초체력(펀더멘털)과 밸류에이션을 감안했을 때 1850선까지는 안정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당분간 보수적인 투자전략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주가 상승 동력이 부재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 센터장은 "아직 대외적인 악재가 어느 수준까지 반영될지 모르기 때문에 저가 매수를 할 상황은 아니다"며 "배당우량주나 가치주에 대해 분할 매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장 바닥 예상이 어려운 만큼 방어적인 투자를 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분위기의 반전은 다음달 미국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이뤄질 것이란 예상이다.

조 센터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이 3월에 실제로 금리를 인상하지 않는 것"이라며 "시장에서는 이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일말의 의심이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근희 한경닷컴 기자 tkfcka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