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10여개 증권사가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 운용업에 도전장을 낸다. 다양한 투자기법으로 무장한 헤지펀드가 속속 등장하는 가운데 자본력을 갖춘 대형 증권사들이 진출 채비를 갖추면서 헤지펀드 시장에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11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헤지펀드 진출을 공식 선언한 NH투자증권을 비롯해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메리츠종금증권 등이 헤지펀드 시장 진출을 추진 중이다. 신영 SK HMC KTB 키움 코리아에셋증권 등도 내부적으로 헤지펀드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헤지펀드는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해 시장 상황에 관계없이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다. 하락장에서도 꾸준한 수익을 내면서 거액자산가의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달 말 현재 50여개 헤지펀드의 총 설정액은 3조7000억원에 달한다. 삼성자산운용 브레인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대형 운용사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기존 증권사들은 별도법인을 세워야만 헤지펀드에 진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10월 규제를 완화해 정보교류차단장치(차이니즈월) 등 요건을 갖추면 증권사도 자체적으로도 헤지펀드를 운용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증권사들은 자기자본(PI) 투자 등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PI 투자금에 헤지펀드 운용을 통해 받게 될 고객자금을 합치면 그동안 하지 못했던 대규모 거래에 참여할 수 있다.

증권업계는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차이니즈월의 수준이 지나치게 높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증권사 고유계정과 고객계정을 섞어 한 개의 헤지펀드 내에 담으면 고객의 정보를 이용하거나 증권사 이익을 우선할 가능성이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이해상충을 막기 위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세워 이를 충족하는 증권사에만 헤지펀드 운용업 등록을 허용키로 했다.

헤지펀드 진출을 준비 중인 증권사 관계자는 “헤지펀드 운용업 등록을 허용키로 해 놓고 또다시 높은 진입장벽을 쌓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