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간의 설 연휴를 마치고 개장한 국내 증시가 11일 3%에 가까운 낙폭을 보이며 명절 후유증을 톡톡히 앓았다.

일본 증시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증시의 급락세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이은 개성공단 가동 중단 등 설 연휴 기간 발생한 악재가 한꺼번에 분출되며 추가 하락 우려감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향후 코스피의 지지선을 놓고도 의견이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코스피가 당분간 저점을 다지는 가운데 미국 금리 인상 지연 등을 발판삼아 소폭 반등에 나설 것이라는 견해가 제기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글로벌 증시가 약세장에 진입하며 코스피가 1,800선 이하로 후퇴할 가능성도 있다는 비관론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 코스피 1,860선 후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6.25포인트(2.93%) 내린 1,861.54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낙폭과 하락률은 2012년 5월18일(62.78포인트·3.40%) 이후 3년9개월 만에 최대 수준이다.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5.11포인트(2.35%) 급락한 1,872.68로 출발한 뒤에도 우하향 곡선을 그려나갔고, 장중 한때 1,850선으로 밀려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주식시장에서 '공포 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 지수(VKOSPI)는 전 거래일보다 4.50포인트(24.24%) 오른 22.55를 나타냈다.

코스닥도 33.62포인트(4.93%) 급락한 647.69로 장을 마치며 낙폭 기준으로 2011년 9월26일(36.96포인트) 이후 4년4개월여 만에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설 연휴 기간 세계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로 일본 증시가 7.8% 급락하고 미국과 유럽 주요국 증시가 하락세를 나타내며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된 탓이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0일(현지시간) 청문회 증언에서 미국 경제 전망에 위험 요인이 있다고 진단하며 추가 금리 인상 지연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지만 간밤 뉴욕 증시는 오히려 혼조세로 마감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옐런 의장이 시장 우호적인 발언을 할 경우 반등의 트리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시장은 오히려 미국 경제 회복세의 둔화 가능성에 주목해 옐런 의장의 발언이 온기로 작용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오태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세계 증시의 폭락은 경기 회복 지연에 대한 실망감과 유가와 중국 외환보유액 등의 꼬리 위험에 대한 공포 때문"이라며 "이런 과정에서 고성장 기대로 급등한 자산 가격의 프리미엄이 축소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 결정 등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되며 투자 심리가 더욱 얼어붙었다.

김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의 하락세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오늘은 옵션만기일까지 겹치며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지시간 11∼12일 유럽연합(EU) 재무장관 회의, 17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공개, 18∼19일 EU 정상회의 등 향후 예정된 글로벌 이벤트도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 "1,850 이탈 가능성 낮아" vs "약세장 진입"
다만 연휴 이후 코스피의 전망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다소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코스피의 단기 충격은 불가피하겠지만 향후 글로벌 정책 공조 기대감 재개 등을 감안하면 1,850선에서 바닥을 다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침체, 유럽발 금융 부실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지 않고 한국 증시에는 환율 효과라는 차별화 포인트가 유효하다"며 "밸류에이션(평가가치)상 중요 지지선인 코스피 1,850선 이탈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높은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 장점(메리트)을 고려했을 때 지수 급락이 지속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3월 초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와 중국 양회를 앞두고 추가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코스피의 지지선을 더 낮게 보는 의견도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 수준에서는 1,800선에서 등락을 반복하는 모습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며 "시장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하방 압력이 강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다만 지수가 1,800선 이하로 밀려난다는 것은 글로벌 약세장 진입을 의미하는 것인데 옐런 의장의 발언과 3월 FOMC 기대감 등을 감안하면 극단적인 급락세를 전망할 정도로 비관적이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미 글로벌 증시가 약세장에 진입했다며 향후 코스피의 저점을 전망하기 쉽지 않다는 비관론도 제기된다.

류용석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 1,850선 이하를 단기 매수(trading buy) 지수대로 보기는 하지만 이는 변동성 수준이 낮아지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 지지선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금융시장의 우려를 다 반영하면 지수는 훨씬 낮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류 팀장은 "유가, 유럽 은행 리스크, 대북 변수, 실적 등 변동성 요인이 워낙 많기 때문에 어느 한 계기를 통해 대반전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글로벌 증시 기준으로 대부분의 국가가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한 점을 감안하면 약세장에 진입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비관론자'인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선진 증시의 하락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어서 지금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며 "코스피 1,800선이 안전한 선이라고 얘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종우 센터장은 "옐런 의장의 우호적인 발언에도 아무 성과가 없는 것처럼 정책에 대한 믿음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흐름을 바꿀 계기가 마땅치 않다"며 "지금은 일단 리스크가 너무 높기 때문에 주식을 덜 갖고 있는 편이 좋다"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hanajj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