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2월5일 오후 10시57분

[마켓인사이트] 국민연금 '저배당 블랙리스트' 지정
국민연금공단이 이르면 다음달 주요 국내 투자기업 중 ‘저배당 기업(중점관리기업)’을 지정한다. 국민연금 안팎에선 10여개 기업이 명단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최근 배당 규모를 발표한 기업을 대상으로 배당 적정성 여부에 대한 분석 작업에 들어갔다. 국민연금은 배당성향(순이익 중 배당금 비중), 자기자본이익률(ROE), 부채비율 등의 지표 외에 업황과 업종별 평균 배당 수준, 설비투자 비중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배당금이 기준에 못 미친다고 판단되는 곳을 모아 중점 관리기업으로 지정할 예정이다. 저배당 기업 명단은 3~4월께 확정될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이 명단에 오른 기업들에 배당 근거와 향후 배당 계획안 등을 요청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합리적 수준의 배당정책을 수립해달라”고 권고하기로 했다. 이후에도 배당 수준이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다고 판단되면 내년 3월 해당 기업 명단을 외부에 공개한다. 명단 공개 후에도 변화가 없으면 2018년부터 주주제안에 동참하는 등의 직접 행동에 들어간다.

국민연금은 작년 6월 열린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중점관리기업 명단 작성 등을 내용으로 한 ‘국내 주식 배당관련 추진 방안’을 통과시켰다. 내년에 이뤄질 명단 외부 공개는 기금위 산하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가 맡는다. 의결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중점관리기업을 지정하면 기업별로 불가피한 측면이 없었는지를 면밀히 검토한 뒤 명단 공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 업계는 내년 3월 3~4개가량의 기업 명단이 공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이런 정책은 미국 캘퍼스(캘리포니아주 교직원연금)를 모델로 삼은 것이다. 캘퍼스는 1987년부터 주주환원 방안이 부진하거나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기업을 매년 5개 안팎씩 골라 명단(포커스 리스트)을 발표했다. 하지만 ‘공개망신(name them-and-shame them) 전략’에 대한 기업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2011년부터는 해당 기업과 협의는 하되 외부 공개는 하지 않고 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