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금투협회장 "H지수 역사적 저점…ELS 매력있어"
H지수 ELS 97% 만기까지 2년 시간 있어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사진)은 4일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홍콩 H지수(HSCEI) 주가연계증권(ELS)과 관련해 '패닉'(공황)에 빠질 만큼 위험한 상황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의 대부분이 만기까지 시간이 있는데다 H지수가 현 수준에서 추가로 급락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황 회장은 이날 금투협 회장 취임 1주년을 맞아 여의도 모 음식점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H지수가 많이 떨어지면서 투자자 걱정이 크지만 과도한 두려움에 사로잡힐 필요는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는 작년 말 기준으로 37조원 가량 남아있다"며 "이중 2년 안에 만기가 오는 건 1조원 남짓이고 97%에 해당하는 H지수 ELS는 2년 이후 만기가 도래한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H지수가 지난 1월 21일 7835까지 내려가면서 전체 H지수 ELS 가운데 3조3000억원어치가 녹인(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

올 초 H지수 8000이 무너질 때 H지수 ELS 2조원어치가 녹인 구간에 들어간 데 이어 지수가 추가로 하락함에 따라 1조3000억원어치가 다시 손실 위험에 노출된 것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그러나 앞서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H지수 ELS 발행액 중 일부가 녹인 구간에 진입했지만 곧바로 투자자 손실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며 "불필요한 불안 심리를 가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황 회장 역시 "설령 녹인 구간에 진입한 ELS의 경우에도 곧바로 손실이 확정되는 게 아니다"라며 "만기 때 지수에 따라 녹인이 풀릴 수도 있어 당장 패닉에 빠질 일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올 들어 중국 경기 둔화와 달러 폐그제(연동제) 폐지 가능성 등으로 출렁이던 H지수는 이날 현재 8010 부근에서 움직이고 있다.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지속되고 있고 환율 변동성도 잦아들면서 H지수는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황 회장은 "지난 1월 말 기준 H지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4배로 역사적 저점 수준에 와 있다"며 "H지수가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는 예단하기 어렵지만 현재 저평가 돼 있는 건 객관적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근 증권사들이 원금 손실 위험성을 낮춘 저녹인·노녹인 ELS를 내놓고 있는 걸 감안하면 현 시점에서 H지수 ELS는 투자할만 하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NH투자증권은 발행 후 6개월 동안 기초자산이 최초기준가격의 80% 미만으로 하락하지 않으면 원금손실 사건이 발생해도 원금을 지킬 수 있는 H지수 ELS를 새로 내놨다. 이른바 '안전벨트형' ELS다. 신한금융투자는 발행 후 6개월이 지나면 매달 조기 상환할 수 있는 ELS를 선보였다.

황 회장은 "최근 저녹인, 노녹인 ELS의 청약 경쟁률이 보통 3대 1, 5대 1에 이르는 등 투자 매력이 괜찮다"며 "나도 사려고 준비 중이어서 물어보니 신청이 늦어서 안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황 회장은 다만 ELS 판매와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는 은행과 증권회사 간 고객 성향, 연령층 등이 다른만큼 차별화를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은행을 찾는 고객들은 비교적 연령대가 높기 때문에 위험도가 낮고 쿠폰 수익률도 다소 낮은 ELS를 판매하는 게 맞다"며 "반면 증권사에 오는 고객들은 상대적으로 공격적이고 원금 손실 경험도 있기 마련이어서 원금 훼손 가능성이 높은 상품은 증권사가 중심이 돼 팔아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3월 14일 시작하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대해서는 "과거에 없던 획기적인 세제혜택 상품"이라며 증권사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황 회장은 "은행권은 벌써부터 마케팅 프로모션에 들어갔다"며 "증권사가 은행에 비해 점포수도 적고 인력도 부족하지만 금융 상품을 운용해 나가는 능력은 훨씬 탁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ISA와) 관련해 은행들이 투자 일임을 허용해 달라는 주장을 많이 하는데 그건 금융법 체계의 근본을 흔드는 문제"라며 "투자 일임을 풀어준다고 해도 막상 고객 민원이 발생했을 때 은행들은 이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권민경 / 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