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트라우마'에 수출주 '덜덜'…외국인 수급 풀리면 증시 '달달'
호재일지, 악재일지 ‘셈법’이 복잡하다. 일본은행이 추가 금융완화책으로 사상 첫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것이 한국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손익계산’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엔화 약세에 따른 수출기업의 부담이 커질 것이란 전망과 대표적 안전자산인 엔화 약세로 상대적 위험자산인 신흥국 주식시장으로 자금 유입이 늘어날 것이라는 시각이 팽팽히 맞섰다.

◆신흥국 시장 수급에는 호재

'엔저 트라우마'에 수출주 '덜덜'…외국인 수급 풀리면 증시 '달달'
29일 코스피지수는 5.12포인트(0.27%) 상승한 1912.06에 마쳤다. 소폭 하락세를 보이던 지수는 낮 12시30분께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 소식이 전해진 뒤 한때 1893.97까지 빠졌지만 이후 낙폭을 줄인 끝에 상승 마감했다. 일본 도쿄증시에서 닛케이225지수가 발표 직후 상승과 하락을 반복한 끝에 2.80% 상승한 것처럼 한국 주식시장도 선뜻 방향을 잡지 못했다.

이 같은 ‘눈치 보기 장세’가 펼쳐진 것은 일본의 추가 금융완화책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대차대조표’ 작성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단 이번 조치가 수급 측면의 숨통을 틔우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가 급락과 중국 증시 불안 등에 대처하기 위한 글로벌 정책공조 필요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유럽은 추가 부양을 시사했고 미국은 추가 금리 인상을 미뤘으며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 처방으로 화답했다”며 “이번 조치가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위험자산(주식 등) 쪽으로 투자 심리가 옮겨오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엔화가 약세가 된다는 것은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약화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아시아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이 줄면서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아시아 신흥국 증시에 자본이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순매도액은 오전 한때 3600억원이 넘었지만 일본은행 조치 이후 1839억원 수준까지 줄었다.

◆한국 수출주 실적엔 악재

반면 일본과 수출 경합도가 높거나 일본 시장 매출 비중이 큰 일부 수출주에는 엔화 약세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류용석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일본 정부가 엔화 강세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힌 것은 한국 수출기업에 큰 악재”라며 “잠시 수그러들었던 ‘엔저 트라우마(악몽)’에 다시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은 코스피지수 상승에도 불구하고 일본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자동차·자동차부품, 반도체·반도체장비, 조선기자재 관련주가 비교적 큰 폭으로 하락했다.

현대자동차가 1.48%, 기아자동차가 4.75% 떨어진 것을 비롯해 현대모비스(-4.61%) 현대위아(-3.67%) 한미반도체(-2.72%) 주성엔지니어링(-2.35%) 원익IPS(-2.33%) 등이 하락을 면치 못했다. 일본 시장 매출 비중이 높은 엔터테인먼트 업체 에스엠도 4.53% 미끄러졌다.

여기에 경험적으로 엔저 충격파가 시간을 두고 서서히 진행됐다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많다. 2013년 4월4일~5월22일을 비롯해 △2013년 11월8일~12월31일 △2014년 10월31일~11월6일 등 급격한 엔저가 진행됐던 시기를 살펴보면 자동차 업종 정도가 반응했지만 이후 시차를 두고 건설, 유틸리티, 비철금속, 에너지, 조선, 화학 등으로 충격파가 넓게 번졌다는 지적이다.

김동욱/윤정현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