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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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발(發) 지배구조 개편 이슈가 또 다시 증시를 뒤덮고 있다.

삼성생명삼성전자로부터 삼성카드 지분을 매입함에 따라 삼성그룹 지주회사 전환 시나리오가 재부각했다.

이와 함께 오너 일가가 삼성SDS 지분 일부를 매각하자 이 회사를 통한 그룹 지배력 강화 방안이 어떤 식으로 흘러갈 지에 대한 해석도 분분해지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대형주(株)를 둘러싼 특별한 주가 모멘텀(동력)이 없는 상황에서 지배구조와 관련한 크고 작은 소식들에 해당 기업 주가가 요동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롯데그룹도 오는 5월께 호텔롯데 상장을 계기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여 당분간 증시에서 지배구조 개편 이슈가 주목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삼성엔지니어링 급등·삼성SDS 급락

29일 국내 증시에서는 개장과 함께 삼성그룹주가 일제히 들썩이고 있다. 오전 10시57분 현재 유가증권시장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1.14% 내린 113만2000원에 거래 중이다.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SDS는 각각 15.77% 오르고 13.03% 떨어져 엇갈린 흐름을 나타냈다.

이밖에 삼성카드(9.57%), 삼성물산(4.51%), 삼성SDI(1.55%) 등은 큰 폭으로 상승했고 호텔신라(-7.29%) 는 급락했다.

이날 삼성그룹주 움직임은 전반적으로 지배구조 개편 이슈와 관련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이채원 한국밸류운용 부사장은 "삼성그룹주가 들썩이는 건 지배구조 개편 이슈가 다시 불거졌기 때문"이라며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 가능성, 삼성카드 매각설 잠식, 삼성물산 지주회사 전환 기대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있다"고 설명했다.

전날 삼성생명은 삼성전자가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 37.45%를 1조5400억원에 전량 매입하기로 했다. 이는 삼성전자를 포함한 비금융 계열사가 가진 금융 계열사 지분을 삼성생명에 몰아줘 장기적으로 금융지주회사로 가려는 포석이라는 게 시장 관측이다.

아울러 삼성그룹이 삼성물산을 지주회사로 두고 삼성전자를 전자 계열사의 중간 지주회사, 삼성생명은 금융 계열사의 중간 지주회사로 거느리는 지배구조를 도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부사장은 그러나 "삼성물산을 지주회사로 하고 삼성생명 등을 중간 지주회사로 두기에는 관련법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며 "삼성물산도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각 사업 부문의 이익 규모가 지금보다 훨씬 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이슈가 올해 내내 증시에서 주요한 키워드가 될 것"이라면서도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지, 그 과정에서 어떤 계열사가 수혜를 입을 지 너무 섣부르게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 호텔롯데 5월께 상장…지주사 가능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전날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던 삼성SDS 주식 일부(지분율 2.05%)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했다. 처분 가격은 3817억원 상당이다. 삼성SDS 최대주주인 이 부회장이 이 회사 주식을 매각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삼성엔지니어링이 추진 중인 유상증자에서 실권주가 생기면 최대 3000억원 한도 내에서 증자에 참여하겠다고 발표했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이 부회장의 지분 매각으로 삼성전자와 삼성SDS 합병 가능성은 줄어들었다"며 "SDS 지분을 일부라도 팔게 되면 그만큼 확보할 수 있는 삼성전자 지분도 적어지기 때문에 두 회사의 합병은 삼성그룹이 생각한 시나리오가 아닐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삼성전자와 삼성SDS가 합병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특히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 도입에 따라 삼성전자와 삼성SDS가 '소규모 합병 완화' 혜택을 받을 수 있는만큼 합병은 예상보다 빨리 이뤄질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백 연구원은 "이 부회장의 이번 삼성SDS 지분 일부 매각으로 '합병' 이슈보다는 오히려 삼성SDS 보유 지분 매각을 통한 실탄 마련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하지만 삼성SDS 카드를 어떤 방식으로 쓸 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삼성그룹과 함께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 이슈도 눈여겨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는 5월께 호텔롯데 상장을 계기로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도 한층 탄력받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전날 호텔롯데는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다.

앞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전근대적인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순환출자구조 해소와 함께 호텔롯데 상장을 약속했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호텔롯데 상장이 끝나면 신 회장은 롯데쇼핑 등 보유 계열사 지분을 호텔롯데에 출자할 것으로 본다"며 "이와 함께 호텔롯데의 지분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은 호텔롯데를 지주회사로 하고 유통(롯데쇼핑), 화학(롯데케미칼), 음식료(롯데제과) 등 3대 핵심 사업을 구성할 것으로 봤다.

이 부사장은 "최근 삼성전자, 삼성생명을 비롯해 상당수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는 주주환원 일환이기도 하지만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서는 필수적인 과정이어서 당분간 투자자들은 지배구조 변화를 염두에 두고 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