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플러스] 호텔롯데, 유가증권 상장심사 통과…남은 문제는?
호텔롯데가 28일 한국거래소의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오는 5~6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남은 문제들이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하락한 기업가치다. 한 때 20조원 이상으로 평가됐던 호텔롯데의 기업가치는 최근 15조원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6조~7조원으로 예상됐던 공모 규모도 3조~4조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호텔롯데 기업가치의 기준선이 됐던 호텔신라의 시가총액이 지난해 8월 5조4000억원대에서 2조7000억원으로 반토막난 데다가 호텔롯데가 매출 5000억원 규모의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재심사에서 탈락해서다.

롯데그룹은 공모자금 중 상당부분을 지주사 전환에 필요한 지분을 사들이는데 쓰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기업가치 하락으로 공모자금이 필요한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주사 전환에 쓰일 자금을 새로 마련할 필요가 생겼다는 분석이다. 호텔롯데의 상장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할 경우 그룹의 지주사 체제 전환 계획도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뜻이다.

일각에서는 공모 규모가 예상보다 작을 경우 상장을 미룰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롯데 측은 시장의 우려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공모 일정이 시작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기업가치를 단정짓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호텔롯데의 상장은 신동빈 회장의 공약인 만큼 어떤 일이 있어도 반드시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며 "내부적으로는 상장에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호텔롯데 관계자는 "기업가치가 줄어든다는 얘기가 있지만 아직 상장한 게 아니어서 국내외 마케팅을 진행하며 결정할 사항"이라며 "공모과정을 잘 이겨내면서 자금조달 방법 등을 알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측의 움직임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 25일 호텔롯데의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또 한 번 충돌을 예고했다.

신 전 부회장 측은 상반기 중 마무리될 호텔롯데의 상장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다. 상장 자체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시기가 이르다는 것이다. 회계장부 열람을 요청한 것 역시 호텔롯데의 부실 내역을 파악해 상장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신 전 부회장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양헌은 앞서 "회계장부 열람 신청의 목적은 중국 사업에 대한 과도한 지급 보증, 해외호텔 구입 관련 과다지출, 면세점 특허권 갱신과 관련된 부당지출 내역 등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SDJ코퍼레이션 관계자는 "호텔롯데의 투명한 경영을 위한 경영 감시의 일환일 뿐 상장에 제동을 거는 것이 목적은 아니다"라며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한 후에 상장해야 한다고 밝힌 것은 투자자 입장에서 그렇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호텔롯데 관계자는 "회계장부 열람 요청에 대해서는 아직 법원에서 공식적인 문서나 연락을 받지 못해 대응할 것이 없다"며 "신 전 부회장 측이 주장하는 부당지출과 과다지출 등의 내역은 그 쪽에서 일방적으로 의문을 제기한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김아름/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armijjang@hankyung.com sangj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