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기금 규모 6년 후엔 1000조…해외자산 비중 확 늘려야 "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사진)은 “정부는 항상 국민연금기금을 정책 목표 달성에 활용하고 싶은 유혹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기금운용본부를 국민연금공단에서 떼어내 한국방송공사(KBS) 수준의 독립적인 공사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홍 본부장은 26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510조원 수준인 국민연금기금 규모가 앞으로 6년 후 1000조원으로 불어날 예정이지만 운용 조직과 지배구조는 1998년 이후 18년간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홍 본부장은 이르면 이번주 후임 본부장 인사가 마무리되면 현직에서 물러난다.

홍 본부장은 “국민연금공단 내부에 여의도의 금융회사와 비슷한 기금운용본부와 형식 및 절차를 우선하는 공기업 조직이 끊임없이 부딪치는 문제점이 있다”고 털어놨다. 대규모 투자 결정 건으로 긴급하게 잡힌 영국 런던 출장이 정부의 을지연습 훈련 때문에 취소되는 게 기금운용본부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훈련기간 중 출장과 휴가는 삼가라’는 게 공기업인 국민연금공단의 방침이다. 그는 투자 의사 결정 체계에 대해 “공단 감사실의 사전 검열로 기금운용본부 실무자들의 투자 행위가 위축되는 부작용이 있다”며 “리스크관리 부서와 준법감시조직이 투자 단계를 사전 모니터링하고 있는 만큼 감사실은 사후 관리에 집중하는 식으로 역할 분담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홍 본부장은 기금운용 전략과 관련, “현재 8 대 2 비율인 국내와 해외 자산의 비중을 빠른 속도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연금이 10%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대기업만 70곳 이상인데 앞으로 6년간 100조원어치의 국내 주식을 더 사들여야 한다”며 “연금을 통해 기업 경영을 좌지우지하는 연금사회주의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정부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홍 본부장은 “(담당부처인) 보건복지부 실무자들은 복잡하고 예측하기가 쉽지 않은 제도 개편안을 윗선에 보고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며 “복지부가 제도 개선에 소극적인 주요 이유 중 하나”라고 꼬집었다.

그는 “겉으로는 시기가 맞지 않는다고 하거나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린다고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제도 개선에 따른 책임을 지기 싫어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2014년 5월 복지부에 보고한 국민연금의 해외채권 환헤지(위험회피) 전략 변경 안건이 1년7개월이나 지난 작년 말 기금운용위원회에 상정된 뒤 통과된 것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최고경영자(CEO)와 CIO의 역할에 대해서는 “법규상 CIO가 개별 투자에 최종 책임을 지고 있는데 기획재정부는 기금운용 수익률 항목으로 기관장(CEO) 평가를 하고 있다”며 “CEO와 CIO의 역할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후임 CIO의 자격 조건에 대해 “총소리가 나면 곧바로 움직일 방향을 알아차릴 수 있는 ‘훈련된 전문성’을 지녀야 한다”며 “누가 어디서 총을 쐈는지 알아보다 보면 투자할 수 있는 기회는 이미 사라진다”고 말했다. 이어 “기금운용본부의 최대 자산은 팀장급 이하 운용역”이라며 “내년 전주 이전을 앞두고 인력 이탈을 최소화하고 외풍으로부터 방패막이가 될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