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절세 위한 역발상…'대우가 미래에셋 합병' 급부상
마켓인사이트 1월25일 오후 4시41분

미래에셋증권이 산업은행과 매매계약을 맺고 KDB대우증권 인수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미래에셋증권은 늦어도 4월까지 인수를 마치고 연내 대우증권과 합병한다는 계획이다. 미래에셋증권은 합병 과정에서의 세금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우증권이 자사를 흡수합병하는 ‘역(逆) 인수합병(M&A)’ 방식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대우증권 지분 43%를 2조3853억원에 인수하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을 25일 산업은행과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주당 환산가격은 1만6979원이다. 이날 대우증권 종가(7790원)의 2배가 넘는 금액이다. 본실사와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통과, 최종 인수대금 납입 등을 거쳐 이르면 3월, 늦어도 4월까지 인수작업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대우증권과의 합병은 연내에 완료할 계획이다.

합병 방식으로는 대우증권을 합병 법인(존속법인)으로, 미래에셋증권을 피합병 법인(소멸법인)으로 삼는 방안을 심도있게 검토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이 존속해 대우증권을 흡수합병하면 세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행 세법에 따르면 존속법인이 합병 전에 소멸법인의 주식(포합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면 합병 후 합병 기업과 주주들을 상대로 법인세 및 소득세를 물리도록 돼있다. 이는 관련 세법이 존속법인과 소멸법인 간 주식·현금 거래를 단순 교환으로 보지 않고 매도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보다 자세히 살펴보면 존속법인은 합병 과정에서 소멸법인 주주들에게 기존 보유하고 있던 주식 대가로 합병 법인의 신주 또는 현금을 나눠줘야 한다. 이 과정에서 현금을 나눠주는 비율이 전체대가(신주+현금) 지급 규모의 20%를 넘어서면 합병 법인과 주주들은 세금을 내야 한다. 세액은 소멸기업의 순자산가치와 신주발행 금액의 차액에 대해 부과한다. 존속법인이 포합주식을 인수한 뒤 2년 내 합병하면 기존 포합주식에 대해 발행한 신주가액은 현금으로 간주된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대우증권 지분을 43%나 보유하게 된 만큼 포합주식에 대한 신주발행가액은 대우증권 전체 주주들에게 지급하는 대가의 20%를 한참 웃돌 전망이다.

하지만 대우증권이 미래에셋증권을 인수하면 포합주식이 발생하지 않는다. 대우증권이 피합병 기업인 미래에셋증권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은 대우증권 주식을 약 2조4000억원에 인수하면서 약 1조원을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증권은 이 가운데 5000억원 가량이 합병 시 영업권으로 계상돼 합병 법인의 회계상 기업가치에 반영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을 흡수합병할 경우 세금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포합주식 발생 등으로 내야할 세금은 최대 1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메리츠종합금융증권도 지난해 6월 아이엠투자증권(옛 솔로몬투자증권)을 흡수합병하면서 포합주식이 발생해 약 80억원의 세금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종금은 2014년 10월 아이엠투자증권 지분 52.08%를 인수했다. 아이엠투자증권 자기자본은 약 3800억원에 불과했지만 대우증권 자기자본은 10배가 넘는 4조원대여서 납부액도 그만큼 커질 전망이다.

■ 포합(抱合)주식

합 병 법인(존속법인)이 합병 전에 보유하고 있던 피합병 법인(소멸법인) 주식. 합병 법인은 자신을 비롯한 피합병 법인의 주주들에게 합병 신주를 발행한다. 합병 법인이 갖고 있던 포합주식에 발행된 신주는 합병 완료 후 자사주가 된다. 포합주식에 대한 신주 발행금액이 전체 신주 발행금액의 20%가 넘으면 과세 대상이 된다.

■ 영업권

인수합병(M&A)시 기업의 순자산가치 외에 영업 노하우, 브랜드 인지도 등 장부에는 잡히지 않는 무형 자산을 말한다. 경영권 프리미엄도 영업권으로 간주될 수 있다.

임도원/이상열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