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락장에 왕관 벗은 '황제주'
연초부터 시작된 급락장에 주가 100만원 이상의 ‘황제주’들도 잇따라 왕관을 내려놓았다. 지난해 말 유가증권시장 내 8개 종목이던 황제주는 올 들어 5곳으로 줄었다.

지난 22일 LG생활건강 종가는 95만원이었다. 지난해 11월 상장 후 처음으로 100만원 고지를 밟고 올라섰던 LG생활건강은 올 들어서는 힘을 못 쓰고 있다. 지난 11일 90만원대로 내려앉은 이후 올 들어 9.52% 하락했다. 중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지난해 상승폭이 컸던 화장품주들의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LG생활건강의 성장성을 여전히 높게 평가하고 있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실적도 시장의 기대를 무난히 충족시켰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화장품뿐 아니라 생활용품, 음료 등 다변화된 사업영역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지난 3년 가까이 황제주 자리를 지켜온 태광산업영풍도 최근 하락장에 100만원 선을 내줬다. 태광산업은 지난 15일, 영풍은 12일 90만원대로 떨어진 뒤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각각 중국 수요 감소, 아연 가격 하락으로 인한 업황 부진이 주가 하락의 원인이 됐다.

황제주 유지 종목 중 유가증권시장 대장주인 삼성전자를 제외한 나머지 4개 종목은 롯데제과 롯데칠성 오뚜기 오리온 등으로 모두 음식료업종에 속했다. 음식료주는 대내외 악재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 경기방어주인 데다 원자재 가격 하락 효과도 볼 수 있어 지수 하락의 충격을 적게 받았다는 분석이다. 박애란 현대증권 연구원은 “음식료업종에 속한 기업 대부분이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낼 것”이라며 “제품 고급화, 원가 하향 안정 등이 실적 호조를 이끄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