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전쟁 격전의 현장을 가다] 타마치니 이탈리아 FSI CEO "제조업체 중장기 성장 지원, 국부펀드의 새로운 시도"
“오랜 역사와 장인 정신이 있는 이탈리아 제조업체들의 중장기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국부펀드 FSI를 출범시켰습니다.”

마우리지오 타마치니 FSI 최고경영자(CEO·사진)는 작년 말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FSI는 다른 국부펀드와 달리 이탈리아 기업이나 이탈리아에서 영업하는 해외 기업에만 투자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통상 국부펀드는 해외 자산을 매입하기 위해 조성된다. 하지만 FSI는 자국 제조업 부활과 글로벌화를 지원하는 독특한 역할을 맡고 있다. 이탈리아 국책은행 카사데포지티(CDP)가 지분 80%를 갖고 있다. 2012년 출범한 신생 국부펀드지만 3년 만에 운용자산이 51억유로(약 6조600억원)로 불어났다.

타마치니 CEO가 밝힌 FSI의 투자 원칙은 세 가지다. ‘첫째, 이탈리아 기업에만 투자한다. 둘째, 기업 재무적 투자자(FI)로 소수 지분에만 투자한다. 셋째, 부실기업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그는 “이탈리아 제조업체는 투자한 뒤 단기간에 차익실현을 추구하는 사모펀드(PEF)보다 국부펀드 같은 장기 투자자를 원한다”며 “소수 지분에만 투자하는 것도 경영권 매각을 기피하는 이탈리아 제조업 문화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타마치니 CEO는 “부실기업이나 부실이 우려되는 기업에 투자하는 행위를 원천적으로 막는 것은 한정된 국가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공동투자나 합작투자 방식으로 해외 투자자를 이탈리아에 끌어들이는 것도 FSI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며 “FSI와 공동으로 투자하면 해외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정치적 리스크도 차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FSI는 지난 3년간 해외 투자자로부터 25억유로의 투자금을 확보했다.

밀라노=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