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전쟁 격전의 현장을 가다] 남태희 스톰벤처스 대표 "대기업이 벤처 투자하면 안된다?…부정적 인식부터 없애야"
“대기업이 벤처기업에 적극 투자해 미래기술을 확보해야죠. 그렇게 몸집을 키운 벤처들이 다시 신생 벤처를 키워야 하고요.”

남태희 스톰벤처스 대표(사진)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대표적 한인 투자전문가 중 한 사람이다. 2000년 스톰벤처스를 설립해 15년째 투자 활동을 하면서 미국 내 중견 벤처캐피털로 키웠다. 그동안 투자한 기업은 140여곳. 한국 게임개발업체 컴투스와 모바일 소프트웨어업체 엠큐브웍스도 스톰벤처스의 투자를 받아 성장한 회사다.

그는 한국 벤처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로 대기업의 부진한 벤처투자시장 진입을 꼽았다. “한국 대기업은 벤처기업의 잠재력과 기술에 대한 평가가 박합니다. ‘회사 안에 뛰어난 인력이 많은데 왜 비싼 돈을 들여 중소기업을 인수하느냐’는 인식이 강하죠.”

지난해 미국 애플이 사들이거나 투자한 9개 기업은 전부 벤처였다. 직원이 두세 명인 신생 기업도 있었지만 인수 가격은 대부분 200만달러를 넘었다. 남 대표는 “무형의 기술에 후한 값을 쳐주다 보니 벤처 창업에 활기가 생기고 벤처기업이 대기업에 협업이나 피인수를 제안하는 선순환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대기업의 벤처투자에 대한 정부와 사회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는 대기업이 벤처에 투자하면 대부분 공정거래법상 손자회사나 증손자회사로 편입돼 각종 규제와 의무가 생긴다”며 “대기업이 벤처시장까지 장악하려 한다는 부정적 시선이 많다 보니 벤처투자시장에 적극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 대표는 “한국에서 대기업이 주도하는 벤처투자 생태계가 자리잡으려면 단기적인 수익보다는 장기적인 신성장동력 발굴의 관점에서 초기 기술을 찾으려는 경영진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팰로앨토=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