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과 미국 중앙은행(Fed)이 이번에도 '엇박자'를 낼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지난달 이후 글로벌 자본시장 여건이 급격하게 변한 상황에서 Fed가 속도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21일(현지시간)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통화정책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전 세계 증시 급락이 경기 하강 위험을 키우고, 물가 변동성을 예상보다 더 약하게 한다"며 "다음 3월 회의 때 통화정책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두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는 드라기 총재의 발언과 여타 중앙은행 대비 낮은 양적완화(QE) 규모를 보면 3월 추가 부양조치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정책 변화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비둘기파'적인 발언을 통해 시장에 신호를 준 셈이다. ECB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현행 연 0.05%로 유지했다. 예금금리와 한계대출금리 역시 현행 마이너스(-)0.30%와 0.30%를 이어갔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드라기 총재의 발언에 따라 3월 ECB가 월간 자산매입 규모 100억유로 늘리고 예금금리도 추가적으로 10bp(1bp=0.01%포인트) 인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제 공은 다시 미국 Fed로 넘어갔다. 시장의 관심은 ECB가 추가 금융완화 가능성을 내비친 상황에서 Fed가 정책 기조에 변화를 줄지에 맞춰지고 있다.

채현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다음 주 주목할 만한 경제지표 발표가 많지 않은 가운데 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이라며 "당장 통화정책에 변화를 줄 시점은 아니기 때문에 현행 0.25~0.50%의 기준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미국 Fed는 이달 말 26~27일에 FOMC 정례회의를 열고,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다.

김유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1월 FOMC 회의에서 금리는 동결할 것으로 보이지만 대외 불안이 다소 높아진 점을 문구로 언급할 가능성이 있다"며 "관련 문구 부분이 추가될 경우 금융시장에서는 3월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도 낮추는 쪽으로 시장 전망이 형성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재 연구원은 "이번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의 추가 금융완화를 시사하는 발언이 미국 달러 가치의 급등과 원자재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ECB 정책회의 직후에는 미국 Fed와 상반된 통화정책이 부각되면서 오히려 달러 강세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다음 주 FOMC를 전후해 달러화 강세에 대한 기대감도 한풀 꺾이며 시장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예상이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중국 금융시장이 변동성을 확대한 근본적인 원인이 미국의 12월 금리인상에 대한 스트레스에서 촉발됐다는 점에서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서 발표 이후로 공포심리가 진정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민하 한경닷컴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