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상 8% 증가" vs "시장 상황이 더 큰 변수"

한국거래소가 올해 안에 주식 매매거래시간을 30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거래시간이 8% 남짓 늘어나므로 이론적으로는 비슷한 수준의 거래대금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일각에서는 거래대금의 증가 여부는 시장 상황에 더 크게 좌우될 것이라는 견해가 나온다
특히나 신년 초 증시처럼 글로벌 악재에 휘청거리며 투자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는 그 실효성을 따지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전체 접속매매 구간을 단순히 놓고 따져봤을 때 주식 거래시간을 30분 연장할 경우 8% 가량의 거래대금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작년 일평균 거래대금(8조8천750억원)을 기준으로 따져보면 하루에 7천100억원 의 거래대금이 늘어나는 효과를 가져오게 되는 셈이다.

연간으로는 180조원 안팎의 거래대금이 늘어나게 된다.

거래소 관계자는 "얼마나 늘어날지 정확히 추정하기는 쉽지 않지만 통상 거래가 'U'자 형태를 그리며 시가와 종가에 몰리는 점을 감안하면 마감시간이 연장되는 셈이므로 8%보다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거래시간이 연장되면 아무래도 외국인이나 기관보다는 개인투자자의 거래가 활성화될 전망이므로 예상 증가 규모는 이보다 적을 수도 있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 개인투자자의 주식 거래 비중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54.7%, 코스닥 89.3%로 합계는 68.5% 수준"이라며 "주식 거래시간 30분 연장은 8.3%의 시간 연장 효과에 개인투자자 거래 비중을 가중한 5.7%의 증가 효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 2000년 5월 전장(오전 9시∼낮 12시)과 후장(오후 1시∼3시)의 구분을 없애면서 일평균 거래량이 100% 늘어났다.

해외의 경우에도 지난 2011년 3월 거래시간을 1시간 연장한 홍콩의 경우 연장 전 한 달간의 거래대금보다 연장 후 거래대금이 4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8월과 2010년 1월에 거래시간을 연장한 싱가포르와 인도도 거래대금이 각각 41%, 17% 증가했다.

다만 거래시간 연장 후 1년간 거래대금을 비교하면 싱가포르와 홍콩의 경우 도리어 18%, 6%씩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단기적인 증가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시장 상황 등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은 "거래시간이 늘어나면 그만큼 거래대금도 일정 부분 늘어나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며 "다만 아직은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 분석하기 쉽지 않고 거래시간이 늘어난 만큼 그대로 증가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차인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이론적으로는 거래대금이 8% 정도 증가하며 보탬이 돼야 하는 것은 맞는데 자금 흐름 등을 비교해야 하므로 그만큼 늘어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특히 최근 증시 상황이 유동성이 많이 빠져 있는 점을 감안하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연초 증시 하락으로 연일 신저가를 기록하며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이 2008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하락한 증권주에는 반등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이날 오전 10시10분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증권 업종은 4.60% 상승한 상태다.

거래시간 연장 추진에 따른 수혜 기대감과 증시 반등이 호재로 작용했다.

메리츠종금증권(8.63%), 미래에셋증권(6.52%), 대신증권(5.83%), 키움증권(4.58%), 대우증권(4.46%), 유안타증권(4.36%) 등이 동반 강세다.

차인환 연구원은 "올해 예상 일평균 거래대금 추정치인 8조3천억원을 적용해 하루에 6천900억원의 거래대금이 증가한다고 보면 전체 증권사의 수수료 수익은 3천490억원 증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서보익 연구원은 "개인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 비주이 높은 증권주의 수혜가 클 것"이라며 "다만 아직 확정된 사안이 아니어서 판단은 유보한다"고 말했다.

한편 거래시간 연장 방안이 이전에도 수차례 찬반 논란을 불러왔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실제 도입이 가능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국내 증시는 코스닥이 1998년 오전 개장 시간을 30분 앞당기고, 코스피가 2000년 전·후장 구분을 없앤 이후로 지금까지 오전 9시∼오후 3시의 정규장 시간을 유지해 오고 있다.

지난 2014년 1월 최경수 이사장이 취임 100일을 맞아 정규거래시간 연장 추진 계획을 밝혔지만 금융 당국과 업계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최 이사장은 이를 의식한 듯 사업계획 발표 후 가진 질의응답에서 "작년에 매매거래시간 연장을 위해 정부 당국, 회원사 등과 많은 얘기를 나눴고 기본적으로 자본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면 연장하는 방안에 대해 입장을 같이 했다"며 "올해 노동시간 연장 등의 문제만 해결되면 시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아시아 주요 거래소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동성 제고 차원에서 거래시간을 일제히 연장했다.

지난 2011년 일본이 각 증권거래소의 오전 주식 거래 시간을 30분 연장한 것을 비롯해 인도(2010년·55분), 홍콩(2011년·60분, 2012년·30분), 싱가포르(2011년·90분) 등이 거래시간을 늘렸다.

최 이사장은 "최근 아시아권 국가의 경제적 위상과 중요성이 높아지는 상황으로 매매거래시간 연장을 통한 아시아시장 간 중첩을 강화해 한국 증시의 국제화를 도모할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hanajj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