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기금이 자금을 굴려달라며 해외 운용사에 지급한 위탁 운용 수수료가 지난해 처음 5000억원을 넘어섰다. 국내 운용사에 지급한 전체 위탁 수수료(2000억원)의 2.5배다.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역량을 끌어올리지 않으면 앞으로도 국민의 금쪽 같은 노후자산이 해외로 샐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1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해외 위탁 수수료는 2010년 1265억원에서 연평균 32.5%씩 불어나 5년 만에 네 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이런 추세라면 3년 뒤 1조원을 웃돌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국민연금의 투자 수익(부동산 사모펀드 등 대체자산 기준) 대비 위탁 운용 비용은 경쟁 상대인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보다 다섯 배가량 많다. 해외 위탁 수수료가 급증하는 것은 전문 투자 역량이 부족한 데다 투자 손실에 따르는 감사원 문책 등을 우려해 직접 투자에 나서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위탁 수수료로 빠져나가는 돈으로 국민연금 내부 인력과 국내 자산운용업계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제도 개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신진영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글로벌 ‘큰손’들이 대체투자시장으로 몰려드는 상황에서도 국민연금은 정부가 제시한 대체투자 목표도 채우지 못하고 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