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사업계획 발표…통합 M&A 중개망 구축·상장 유치 박차
"연내 지주회사 전환 마무리…자본시장법 개정 지연돼도 실무 착실히 준비"


올해 안에 국내 주식시장의 매매거래시간을 30분 늘리는 방안이 추진된다.

대기업부터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까지 다양한 기업 정보를 한데 모은 '통합 M&A 중개망'이 구축되며, 애플·구글 등 글로벌 초우량기업의 주식선물 도입도 추진된다.

한국거래소는 21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올해 주요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국내 주식시장의 매매거래시간은 6시간(오전 9시∼오후 3시)으로, 싱가포르(8시간), 독일·영국(8시간30분) 등과 비교해 2∼3시간 짧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짧은 매매거래시간이 매매 기회를 제약하고, 새로운 정보 반영을 다음 거래일로 지연시켜 가격효율성을 저해한다고 지적해 왔다.

최경수 이사장은 "매매거래시간 연장을 통해 아시아시장 간 중첩을 강화해 한국 증시의 국제화를 도모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최 이사장은 "작년에 매매거래시간 연장을 위해 정부 당국, 회원사 등과 많은 얘기를 나눴고 기본적으로 자본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면 연장하는 방안에 대해 입장을 같이 했다"며 "올해 노동시간 연장 등의 문제만 해결되면 시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소는 이와 함께 유동성이 양호한 일부 종목에 대한 접속매매를 허용하는 시간외접속매매 도입도 검토할 예정이다.

또 착오주문 발생시 착오주문 발생 계좌 내 미체결 주문을 일괄 취소하는 '킬 스위치'(Kill-Switch) 제도와 착오매매 구제제도를 확대 도입하는 등 시장 안정화 장치도 확보하기로 했다.

아울러 정부 당국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파생상품시장부터 단계적으로 이종통화 결제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외국인 투자자가 외국 중개업자의 단일계좌를 통해 통합 주문할 수 있는 옴니버스계좌도 도입할 예정이다.

최 이사장은 "해외 기관투자자 등의 국내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정부 당국과 협력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 편입을 추진하고 해외 마케팅·세일즈 활동도 집중 전개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아시아 주요 거래소와 상장지수펀드(ETF)·상장지수증권(ETN)의 교차·공동 상장, 주력 파생상품의 해외 연계거래 확대 등을 통해 해외 진출을 추진할 방침이다.

동시에 해외 주요 상품의 국내 상장을 확대해 중국 우량기업 주식예탁증서(DR) 등을 유치하고 애플과 구글 등 국내투자자의 수요가 높은 해외 주요 주식에 대한 선물의 국내 상장도 추진할 예정이다.

모험자본시장 육성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거래소는 스타트업의 원활한 자금 조달을 위해 크라우드펀딩→사적시장(Private Market)→코넥스→코스닥으로 이어지는 종합적인 상장 사다리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M&A 중개망'을 통해 M&A 기업 정보의 '원스톱' 검색이 가능하도록 하고 M&A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M&A 중개 역할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코넥스시장 활성화를 위해 지정기관투자자 기준 등 특례상장 요건을 완화하고 상장 유치를 확대하는 한편 월간 '코넥스 마켓 브리프'(KONEX Market Brief) 발간 등을 통해 코넥스 기업에 대한 정보 제공을 확대할 방침이다.

거래소는 특히 올해 거래소 창립 60주년을 맞이하는 만큼 거래소 지주회사 전환과 기업공개(IPO) 등 '거버넌스 선진화'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하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대로 분할 계획 마련, 정관 정비 등 실무 작업을 진행하고 이사회·주총 결의, 정부 승인을 거쳐 올해 하반기까지 지주회사 전환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IPO도 완료할 계획이다.

최 이사장은 "지주회사 산하의 시장 자회사간 경쟁을 촉진해 신상품 개발, 제도 차별화, 상장유치 경쟁 등을 통해 자본시장 전체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며 "예탁결제원 지분 매각, 공익기금 조성 등 IPO 선결과제도 차질없이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계획의 전제 조건인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본사 소재지 명기 문제를 놓고 부산 지역과 비(非)부산 지역 의원 간에 의견이 엇갈린 상태여서 이번 회기 내 처리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최 이사장은 "2월로 예정된 임시국회에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원만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정부 당국과 함께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며 "법 개정이 지연되더라도 관련 실무 절차를 착실하게 준비해 법 개정 이후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구조개편이 마무리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대체거래소(ATS) 도입에 대해서는 "그동안 ATS 출현에 따른 경쟁 체제에 대비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각종 시장 제도를 전면적으로 리뷰해 투자자 위주의 정책을 펴나가겠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IPO 붐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작년에는 190곳(스팩·재상장·코넥스 등 포함)이 상장해 2002년 이후 1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를 위해 상장 진입 요건 등 상장 제도를 개선하고 공시 등 상장 유지 부담을 경감하는 노력을 지속할 계획이다.

특히 올해는 외국 기업이 처음 상장한 2007년 이후로 가장 많은 외국기업이 상장할 전망이라고 거래소 측은 밝혔다.

거래소는 동남아 등의 우량 기업 유치를 위해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를 꾸리기도 했다.

거래소는 이밖에 장내외 파생상품 거래정보저장소(TR) 설립 추진 등을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충하고 사업 다각화를 모색할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hanajj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