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투자증권은 21일 사우디아라비아가 리얄화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당분간 해외 투자 자산을 매각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우디는 현재 달러당 3.75리얄로 달러화 페그제(고정 환율제)를 채택하고 있으나, 최근 달러화 강세로 인해 투기 세력에 노출돼 있는 상황이다.

길재식 연구원은 "사우디아라비아통화청(SAMA)은 지난 18일 사우디에 있는 모든 국내외 은행들에게 리얄화 선물 옵션 계약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며 "이번 조치는 사우디의 페그제 유지를 위한 방어 조치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그는 "페그제를 택한 홍콩이나 사우디는 그동안 급격한 환율 변동의 부작용을 피해왔다"며 "하지만 글로벌 변동성 확대와 미국 금리 인상으로 달러 가치가 절상되면서 페그제 사용 국가들이 투기 세력에 노출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달러화 강세와 유가 급락으로 리얄화 하락에 베팅하는 투기 세력이 늘면서 리얄화 12개월 포워드 선물은 지난 8일 3.8529리얄까지 치솟았다. 현재는 3.83리얄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 11일 파하드 알무바라크 SAMA 청장은 "잘못된 베팅은 사우디 경제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잘못된 인식과 연결돼 있다"며 "선물시장에서 리얄화 변동성을 주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투기 세력 급증에도 불구하고 달러 페그제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시장은 해석했다.

길 연구원은 "사우디의 환율 방어 비용이 최근 크게 늘고 있다"며 "당분간 환율 방어를 위한 자금 마련 때문에 해외 투자 자산 매각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