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비중 최대·외인 이탈도 기록적

국내 증시의 위험 지표들이 연일 기록을 경신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비관론이 그 어느 때보다 팽배한 상황이다.

불안 요인이 해소되지 않음에 따라 위태로운 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각종 위험 지표가 극단적 영역에 진입하면서 반등 시점을 노리는 투자자들도 한쪽에서는 늘고 있다.

◇ 증시 더 하락하나…암울한 베팅 지속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 매도하는 거래인 공매도 비중이 최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14일 유가증권 시장에서의 공매도 거래금액은 4천375억원으로 전체 거래대금의 9.97%를 차지했다.

이는 거래소가 공매도 현황을 집계하기 시작한 2008년 6월 이후 최고치다.

지난달만 해도 공매도 비중은 줄곧 3~6% 수준이었으나 이달 들어 중국 증시 급락과 유가 폭락 등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증시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급증한 때문으로 보인다.

공매도가 늘면서 대차거래 잔고도 급증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대차거래 잔고 합계는 전날 기준 51조8천916억원으로 작년말(42조7천14억원)보다 21.5%나 증가했다.

대차거래는 주식을 장기 보유한 기관 투자가가 다른 투자자에게 일정한 수수료를 받고 주식을 빌려주는 거래다.

대차거래가 반드시 공매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공매도하려는 투자자가 많으면 대차거래도 함께 늘어난다.

기록적인 외국인 매도 행진도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 6일 한국항공우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로 인한 순매수 전환을 제외하면 지난달 2일부터 전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사실상 32거래일 연속 '팔자' 행진을 벌였다.

외국인의 연속 순매도 최장 기간은 지난 2008년 6∼7월의 33일간이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도 약 6년5개월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전날 기준 외국인 보유 주식의 시가총액은 397조9천590억원으로, 전체 시가총액(1천390조650억원)의 28.63%에 그쳤다.

이는 2009년 8월17일(28.56%)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 저점 매수 노려볼까…주식형 펀드엔 자금 유입
전문가들은 아직 불안 요인이 산재한 만큼 당분간은 추세적인 상승 전환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준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 및 국제유가 급락에 따른 변동성 확대, 원/달러 환율 급등에 따른 외국인 자금이탈, 중장기 이익모멘텀 부진 등의 요인이 지속된다는 점에서 경계심을 이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증시의 각종 지표가 기록적인 수준에 도달한 만큼 추가 하락 위험도 제한적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에 따라 단기 반등세를 노려볼 만하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아직 펀더멘털(기초체력) 측면에서 불안 요인들이 남아있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지만, 단기에 강한 비관론이 반영됐다는 점에서 반등 국면의 출현을 기대해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마주옥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도 "국내 주식시장의 수급이 추가로 악화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기술적인 반등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증시가 바닥 부근까지 왔다는 판단이 일부 투자자들에게는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내 주식형 펀드(상장지수펀드·ETF 제외)에는 지난 5일부터 15일까지 9거래일 연속 자금이 순유입됐다.

순유입액은 4천607억원에 달했다.

임상국 현대증권 연구원은 "지수 하락으로 코스피의 밸류에이션(평가가치) 매력이 부각되며 국내 주식형 펀드로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등 국내 기관의 수급 모멘텀은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sj99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