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전쟁] "KIC, 세계 10대 국부펀드로 키울 것…국내 기업 아시아 인프라시장 진출도 지원"
“200조원 이상을 운용하는 글로벌 경쟁사들에 맞서 좋은 투자 기회를 확보하려면 덩치와 전문성을 키우는 게 시급합니다.”

은성수 한국투자공사(KIC) 사장(55·사진)은 19일 취임식 직후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KIC를 질적·양적으로 성장시켜 세계 10대 국부펀드 반열에 올려놓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은 사장은 KIC가 매우 힘든 시기에 봉착했다고 진단했다. “우선 투자 환경이 우울합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유럽 일본의 통화완화 정책이 맞물리는 등 통화정책의 비대칭성 탓에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는 최근 중국 금융시장의 불안, 원유를 비롯한 상품가격의 하락 등을 어려운 투자 환경을 보여주는 사례로 들었다. 은 사장은 해외 국부펀드와의 경쟁에서도 KIC가 불리한 처지에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 해외 국부펀드들이 KIC 운용자산(115조원)의 두 배 이상 되는 덩치를 앞세워 좋은 조건의 투자 정보를 먼저 파악하고 협상력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운용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해외 투자를 원하는 국내 금융회사로부터 위탁 규모를 늘려나가는 방안을 강구할 방침이라고 했다. 조직원들의 역량 강화,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전문성 존중, 성과를 기반으로 한 인사 및 보수체계 확립 등을 통해 운용 경쟁력을 높여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은 사장은 앞으로 아시아 인프라시장에서 투자 기회가 클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상임이사 재임 시절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 상임이사들이 자국의 인프라 부족을 호소하며 투자자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내걸고 자금유치를 제안하는 모습을 지켜봤다”며 “일본 등은 대규모 정책자금과 기업들의 네트워크를 앞세워 동남아 인프라시장에서 적극적으로 투자 기회를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출범을 계기로 아시아 지역 인프라 투자에 대한 기회가 많아질 겁니다. 한국에서는 그동안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이 기업에 자금을 지원했지만 대규모 인프라 개발사업을 하기에는 규모가 부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앞으로 KIC가 자금지원을 맡아 기업들의 아시아 시장 진출을 도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는 운용 경험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운용 전문가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주는 게 최고경영자(CEO)의 몫이고 내부에 훌륭한 인재도 많다”고 했다. 이어 “정부 부처와 IBRD에서 거시 경제 환경을 분석하고 연구했던 경험이 보탬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