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자산으로 반년간 3천번 거래한 직원도 적발

증권사 임직원들이 미신고·차명 계좌로 불법 주식 자기매매를 하다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일부 직원은 일임받지도 않은 고객 자산을 갖고 수천번이나 주식을 사고팔며 수수료 수입을 올리는 등 다른 비위 사실도 대거 적발돼 제재를 받았다.

금융감독원은 18일 미신고 계좌나 차명 계좌로 몰래 주식 거래를 한 KTB투자증권, 한양증권, 동부증권 의 임직원 18명을 적발해 위법 행위 수준별로 정직, 감봉, 견책, 주의, 과태료 부과 등의 제재를 가했다고 밝혔다.

제재 대상은 KTB투자증권이 14명으로 가장 많고 한양증권과 동부증권이 2명씩이었다.

금융감독원은 임직원의 불법 자기매매 연루자가 가장 많은 KTB투자증권에 대해서는 기관 과태료 3천750만원을 따로 부과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증권회사 임직원들은 반드시 신고한 한 개의 자기 계좌에서만 주식 거래를 해야 하며 거래 내역은 월간 또는 분기마다 소속 기관에 보고해야 한다.

이번에 적발된 증권사 임직원 중 한양증권 본사 이사대우 A씨는 2010∼2012년 자기 회사에 다른 사람 이름으로 된 차명계좌를, 타 증권사에는 자기 이름으로 된 미신고 계좌를 각각 만들어 놓고 최대 원금 9억원으로 55개 주식 종목을 사고 판 것으로 드러났다.

불법·탈법적인 자기매매는 수수료 수입을 중시하는 국내 증권사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돼왔지만 이번처럼 대규모로 적발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금융감독원은 작년 9월 증권사 임직원의 주식 매매 횟수를 하루 3회, 월 회전율을 500%로 제한하는 내용의 금융투자회사 임직원 자기매매 근절 방안을 마련해 시행을 예고한 바 있다.

금융감독원은 자기매매 근절 방안의 본격적 시행을 앞두고 업계 전반에 대한 기획 검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불법 주식 거래 혐의자를 대거 적발해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검사에서는 불법 주식 거래 외에도 다른 불법, 비위 행위도 다수 포착돼 제재를 받았다.

한양증권의 한 지점 직원은 2010년 12월23일부터 2011년 9월30일까지 176일 동안 고객 돈으로 3천602회나 주식을 매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직원은 고객과 일임계약을 따로 맺지도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동부증권 지점에서는 일반 투자자들에게 수억원 어치의 회사채를 판매하면서 투자 성향 파악 등 법률상 규정된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상환을 못 하면 국가에서 갚아주는 국가 보증 채권이다", "원금 깨질 일이 100% 없다"라는 식의 거짓 설명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 금감원은 동부증권 직원에 대한 개인 징계 외에 회사에 대해서는 경영 유의 조치를 내렸다.

아울러 금감원은 동부증권이 한 자산운용사에 판 담보부 사채 가격이 하락하자 손실을 보전해준 행위에 대해서도 기관주의 문책을 내렸다.

이밖에 KTB투자증권은 증권사의 고유 재산과 고객의 일임 재산을 운영할 때 상호 정보 교류를 차단하는 정보교류차단장치(차이니즈월)를 둬야 한다는 자본시장법 규정을 어기고 고유재산 담당 직원과 일임재산 담당 직원이 거래용 아이디를 공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