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했지만 달러 강세가 수출주에 호재라는 공식이 무너지고 있다. 위안화 평가 절하가 원화 가치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는 등 중국발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들이 환차손 우려에 한국 주식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올해 정부가 강력한 추진 의지를 보이고 있는 MSCI 선진국지수 편입 관련 결정이 주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투자공식이 무너졌다…강달러≠수출주 호재
◆위안화에 연동된 원화

지난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98원10전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보다 2원50전 내렸지만 지난해 10월 중순 이후로만 70원가량 숨 가쁘게 뛰었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는 5.7% 하락했고 외국인 투자자들은 5조5578억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통상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달러 강세)가 강할 때는 대형 수출주가 주목받는다. 환차익으로 실적이 좋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 경기가 확연히 둔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위안화까지 기조적 약세로 돌아서고 있어 국내 수출기업들의 실적 개선 효과는 예전만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금처럼 원화 가치가 추가로 절하될 가능성이 높은 분위기가 조성되면 수출주, 내수주 가릴 것 없이 외국인들의 투자심리는 급격히 약화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원화는 일본 엔화에 연동되는 측면이 강했지만 하반기 들어서는 위안화의 영향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2014년 9월 이후 현재까지(지난 6일 기준)의 달러 강세기에 삼성전자(-4.16%), 현대차(-39.66%), 포스코(-49.63%) 등 주요 수출기업의 주가는 일제히 떨어졌다. 이번뿐 아니라 2000년 이후 네 차례에 이르는 달러 강세기에도 수출주들의 주가는 뒷걸음질 치는 경우가 많았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세계 경기가 침체하고 금융시장도 변동성이 커 달러 강세 자체가 수출주에 호재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MSCI 선진국지수 편입돼야”

환율 변수가 커지면서 한국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 여부에 대한 관심은 더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 MSCI 분류상 신흥시장에 속해 있다. 2008년 선진시장 검토 대상에 올랐지만 매번 선진지수 진입에 실패했다. 4대 세계 지수 기관(MSCI FTSE 다우존스 S&P) 중 유일하게 MSCI에서만 신흥국이다.

증권가는 한국이 선진국지수에 포함되면 신흥국 대비 안정적인 투자 흐름을 확보하면서 최근 국가신용등급 상승을 발판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발길을 되돌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MSCI 측은 역외 환거래 허용, 외국인 투자등록제도 폐지 등 외국인 투자 편의성 증대를 위한 환경을 편입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정부도 2016년 경제정책방향에 MSCI 선진지수 편입을 넣는 등 적극적인 추진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위안화 국제화와 자본시장 개방 사례 등을 감안하면 한국이 살아남는 방법은 원화의 국제화를 통한 선진국지수 입성”이라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