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월8일 오후 11시55분

미래에셋금융그룹 계열 사모펀드(PEF)인 미래에셋PE가 세계 식기·주방용품 대명사인 코렐을 인수한다.

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PE는 미국 주방용품 전문기업 월드키친을 인수하기 위해 대주주인 미국계 PEF 오크트리캐피털파트너스 및 더블유캐피털파트너스와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인수 대상은 오크트리와 더블유가 보유한 지분 100%다. 부채를 포함한 인수가격은 5억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세부 조율작업을 거쳐 1분기에 거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월드키친은 ‘깨지지 않는 접시’로 유명한 코렐과 100년 전통의 내열유리 계량컵 브랜드 파이렉스, 1801년부터 메탈 냄비를 생산해 온 리비어 외에 비전, 시카고커틀러리 등 11개 브랜드를 두고 있는 주방용품 전문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은 7억달러였고 올해 약 8000만달러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을 올릴 것이란 예상이다. ‘미국 시장 1위 식기 브랜드’라는 인지도를 바탕으로 지난 5년간 연매출은 5%, EBITDA는 10%씩 꾸준히 성장했다. 전체 매출의 50%가량을 미국에서, 나머지는 아시아 등 해외에서 올리고 있다.

미래에셋PE가 월드키친 인수에 나선 것은 이 회사의 꾸준한 성장성과 더불어 중국시장 진출을 통해 매출과 수익을 큰 폭으로 늘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중국 중산층 가정의 소득 수준이 코렐의 주 고객층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에 시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분석이다. 주방용품업계 관계자는 “한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코렐 등 월드키친 브랜드가 본격적으로 팔리는 연 소득 구간대가 1만5000달러”라며 “중국 중산층이 폭발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코렐의 성공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미래에셋PE는 원활한 해외 진출을 위해 중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경험이 있는 전략적 투자자(SI)와 공동으로 월드키친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랜드그룹과 오리온 또는 중국계 유통회사 등이 공동 인수후보로 오르내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SI와 공동으로 월드키친을 인수하면 미래에셋PE는 아큐시네트(타이틀리스트·풋조이 보유사) 이후 다시 한번 글로벌 브랜드를 사들이게 된다.

이번 거래는 최근 KDB대우증권 인수에 성공한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직접 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PE는 2011년에도 박 회장 주도로 골프용품 세계 1위인 아큐시네트를 휠라코리아와 공동으로 1조3500억원에 인수했다. 업계에선 올 3분기께 아큐시네트가 미국 시장에 상장하면 미래에셋PE는 두 배 이상의 수익을 낼 것으로 전망한다.

월드키친은 미국 첨단유리 전문기업인 코닝이 1851년 개발한 내열유리인 파이렉스를 주방용품에 도입하면서 사업부 형태로 시작한 회사다. 코렐은 월드키친이 1972년 세계 유일의 3중 압축 유리(비트렐 유리)를 적용해 내놓은 식기 브랜드다. 같은 해 코닝이 삼성그룹과 합작해 한국에 삼성코닝을 설립하면서 높아진 인지도를 바탕으로 오랜 기간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했다.

코닝은 1998년 월드키친을 분사해 글로벌 사모펀드(PEF)인 KKR이 보유하고 있던 식기업체 보든에 6억달러를 받고 팔았다. 보든은 1999년 또 다른 주방용품업체인 제너럴하우스웨어, 엑코를 인수하는 등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다 2002년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보든의 사업부 가운데 꾸준한 실적을 내던 월드키친이 따로 분리돼 오크트리와 더블유캐피털에 팔리면서 지금과 같이 PEF가 지분을 100% 보유하는 단일 회사가 됐다. 오크트리와 더블유는 투자금 회수를 위해 미래에셋PE를 상대로 매각작업을 벌이고 있다. 본사는 미국 일리노이주 로즈몬트에 있으며 직원 3000여명을 두고 있다. 매각주관사는 모건스탠리, 인수자문사는 노무라금융투자가 맡았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