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멈춘 중국 증시] 5년 만에 최저치로 급락한 위안화…중국 증시 외자유출 공포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다이와증권은 작년 9월께 “중국 경제는 향후 실물경기가 경착륙하거나, 금융위기에 빠지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시만 해도 이 같은 경고는 다소 과장됐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하지만 새해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중국 상하이증시가 연초부터 폭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위안화 가치까지 가파르게 하락하자 금융시장 불안이 중국 경제의 경착륙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급속하게 커지고 있다.

◆中증시 사상 최단 거래시간

7일 중국 상하이증시는 지난 4일에 이어 재차 조기 마감했다. 이날 상하이증시는 급락에 따른 연이은 서킷브레이커(주가 급등락 때 매매를 일시 정지하는 제도) 발동으로 개장 29분 만에 거래가 완전 중단돼 중국 증권시장 역사상 거래 시간이 가장 짧은 날로 기록됐다.

투자자들이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여 투매에 나선 가장 근본적 이유는 중국 실물 경기에 대한 우려다. 연초 발표된 작년 1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와 서비스업 PMI가 모두 부진하자 “지난 1년간의 경기 부양책이 별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는 비관론이 확산됐다. 지난 4일의 상하이증시 폭락은 8일로 예정된 상장사 대주주의 지분매각 금지 조치 해제가 매물 폭탄을 터뜨릴 것이란 우려가 실물경기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도화선 역할을 했다.

이날 상하이증시 폭락은 위안화 가치 급락이 촉발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중국 위안화 가치는 작년 11월부터 빠른 속도로 하락하다가 지난달 중순께부터 안정세를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 다시 날개 없는 추락을 시작했다. 올 들어 지난 6일까지 4거래일 동안 1%가량 하락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인민은행이 이날 오전 위안화 가치를 전날 대비 0.51% 내린 달러당 6.5646위안으로 고시했다. 외환시장에선 “인민은행이 작년 8월 이후 최대폭으로 위안화 가치를 낮춰 고시한 것은 추가적인 위안화 가치 하락을 용인하겠다는 뜻”이란 관측이 확산됐다. 이 여파로 이날 상하이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가치가 장중 한때 약 5년 만의 최저치인 달러당 6.6040위안까지 떨어졌다.

◆핫머니 중국 이탈

UBS증권 다이와증권 등 글로벌 IB들은 중국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이 동시에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그동안 중국 내에 유입됐던 핫머니(단기투기성 자금)가 대거 중국을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핫머니 유출은 지난해 초부터 중국 금융시장의 잠재적인 불안 요인 중 하나로 거론됐다. 2013년까지 줄곧 흑자기조를 유지해오던 자본수지가 2014년부터 적자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글로벌 IB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중앙은행(Fed)이 양적 완화 정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풀린 돈의 상당 부분이 중국으로 유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2005년 중국의 달러 페그제 폐지 이후 중국 위안화가 미국 달러화에 대해 지속적으로 강세 기조를 보여온 점에 착안, 위안화 추가 강세에 베팅하는 헤지펀드 자금이 중국 내로 유입됐다는 것이다. 일부 IB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직접 투자로 위장하거나 수출 실적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중국에 유입된 핫머니 규모가 1조달러에 달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환차익을 노리고 중국 금융시장에 유입됐던 핫머니들이 최근 위안화 가치가 가파른 하락세를 지속하자 중국 시장에서 발을 빼면서 금융시장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이 같은 핫머니 이탈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 때문에 중국 정부가 조만간 외환시장 개입에 나설 것이란 전망을 제기하고 있다. 코메르츠방크의 피터 킨셀라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수출 경쟁력 회복을 위해 위안화 가치 하락을 용인하던 중국 인민은행이 금융시장 불안을 차단하기 위해 조만간 강도 높은 외환시장 개입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윤정현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