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규 NH투자증권 사장 "미래에셋대우 같은 대형사 탄생은 반가운 일…서로 경쟁하며 글로벌 역량 키울 기회다"
“미래에셋대우증권과 같은 대형 투자은행(IB)들이 더 생겨날 겁니다. 새로운 경쟁의 시작이죠. 우린 자신있습니다.”

NH투자증권은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이 합병해 지난해 초 출범하면서 자기자본(4조6044억원), 총자산(43조310억원), 인력(3025명) 면에서 일약 국내 1위 증권사로 부상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그 자리를 내줘야 할 처지가 됐다.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을 인수해 합병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자본 7조원대의 국내 거대 증권사 출현이 임박한 것이다.

김원규 NH투자증권 사장은 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신년 인터뷰에서 “우선 초대형 증권사의 출현은 국내 금융투자 업계 발전을 위해 반겨야 할 일”이라고 첫 마디를 뗐다.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미래에셋대우증권이 적정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유지하려면 새로운 사업 영역을 창출할 수밖에 없고 이것이 다른 회사들을 자극해 업계 전반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설명이다. “과거 중소형 증권사들끼리 수수료 경쟁을 했다면 앞으로는 대형 증권사 주도로 은행 등 다른 금융권과 경쟁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먹거리를 찾게 될 것입니다.”

김 사장은 증권업계의 대형화 추세와 관련, “앞으로 대형사를 중심으로 중소형 증권사들을 인수하려는 시도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며 “NH투자증권보다 더 큰 증권사가 탄생할 길은 언제든 열려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도 기존 규모를 넘어서는 대형 증권사의 등장에 맞춰 규제 완화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대체투자 시장에서 직접투자(PI) 등 덩치에 걸맞은 사업을 하려면 외환, 자기자본 비율, 레버리지 비율 등에 대한 규제 수준을 더 낮출 필요가 있다는 것.

올해 업황과 관련해서는 많은 증권사들이 지난해보다 힘든 한해를 준비해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 전망, 주요 기업 실적 예상치 등을 볼 때 주식시장이 장기 박스권을 탈출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예측했다. 그는 올해 코스피지수 예상 범위로 1850~2200을 제시했다. 채권시장도 녹록지 않다. “작년에는 금리 하락(가격 상승)으로 주요 증권사들이 상당한 평가이익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올해는 금리가 크게 오를 가능성은 낮지만 반대로 작년처럼 쉽게 떨어지지도 않을 겁니다.”

다만 IB영역에서는 새로운 기회가 생겨날 것으로 보고 있다. ‘좀비기업’ 정리 등 산업계 구조조정 과정에서 금융투자 부문이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IB영역에서 나오는 투자 기회를 어떻게 상품화해 기관이나 개인 고객들에게 제공하느냐가 올해 수익 규모를 가늠할 것”이라며 “결국 딜 소싱(거래 발굴) 능력, 상품 개발 경쟁력이 화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IB부문에서만 1000억원이 넘는 기록적인 수익을 냈다.

김 사장을 비롯한 주요 임원진들은 오는 15일 목표 달성 결의대회를 하고 강화도 마니산을 찾아 해돋이를 한다. 김 사장은 “NH투자증권은 IB와 기관 영업(IC), 개인 영업(WM), 트레이딩 등 주요 사업부에서 각각 1000억원가량의 순이익을 낼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며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갈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