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중국 된서리 맞은 투자자들, 아프다…후강퉁 잔혹사
손써 볼 틈도 없었다. 7일 주가 폭락으로 ‘서킷브레이커(일시매매정지)’ 발동이 이어진 끝에 중국 증권시장이 개장 30분 만에 폐장하면서 중국 주식 투자자들이 ‘된서리’를 맞았다. 후강퉁(상하이증시와 홍콩증시 간 교차매매) 종목 직접 투자자나 중국 펀드 가입자들이다.

◆中투자자 ‘그물 속 물고기’

연초부터 중국 주식시장이 급락을 거듭하면서 국내 후강퉁 투자자들은 망연자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6월 고점 대비 상하이종합지수가 40% 가까이 빠졌지만 경제 기초체력과 상관없이 움직이는 경향이 많은 중국 증시 특성상 ‘바닥’이 어디일지 가늠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한국 투자자들의 후강퉁 투자 규모는 작년 6월 이후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다. 하지만 여전히 후강퉁 누적 순매수액은 7377억원에 이른다. 이 중에는 ‘탈출 시기’를 놓친 자금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7~9월에 월 1300억~1900억원에 달했던 후강퉁 순매도 규모는 지난달엔 362억원에 불과했다. 10~11월에는 오히려 월 14억~124억원 순매수로 돌아섰다. 고점에 중국 증시에 투자했던 자금은 원금 회복 미련 탓에 손절매를 못했고 작년 후반엔 상하이종합지수 3000~3200선을 ‘바닥’으로 본 신규자금이 중국 시장에 들어갔다는 얘기다.

이들 투자자는 중국 시장 투자 진입 시기와 상관없이 큰 평가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증권가는 추정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10월 이후 한국 투자자들이 많이 산 종목 대다수는 연초에 폭락을 피하지 못했다. 중신증권(-16.18%) 중국철도건설(-16.10%) 상하이창장하이테크(-19.01%) 상하이자동차(-11.12%) 중국국제여행사(-11.45%) 등 성장성과 안정성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던 종목들도 고전을 면치 못한 가운데 중소형주들의 낙폭은 훨씬 컸다.

현동식 한국투자신탁운용 상하이리서치소장은 “공포에 휩싸인 중국 개인투자자들이 앞다퉈 투매 행렬에 나서면서 시장 불안감이 언제 수그러들지 알 수 없는 장세”라고 말했다.

◆中펀드도 사면초가

중국 주식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중국본토펀드) 수익률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4~6일 3일간 중국 본토 펀드(설정액 10억원 이상)의 평균 수익률은 -5.94%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상하이종합지수는 5.01% 하락했다. 국내 850개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이 -1.69%였던 점을 고려하면 하락폭이 두드러졌다. 이날 상하이종합지수가 추가로 7.32%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중국 본토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더 나빠질 전망이다.

82개 중국 주식형 펀드 가운데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는 단 한 개도 없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펀드 수익률은 더 떨어졌다. 헬스케어, 정보기술(IT), 서비스, 소비재 등에 집중 투자하는 신한BNPP중국본토중소형주RQFII(-9.03%), 한국투자네비게이터중국본토(-9.01%) 등이 저조한 성적을 냈다.

중국 기업이 다수 포함된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상장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들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연초 이후 수익률은 -4.37%다. 펀드 자금 유출액도 연초 이후 114억원으로 해외 펀드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김동욱/김우섭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