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당국 보완대책 논의…발동기준 상향 검토

"기형적인 주식시장, 변태적인 규정, 부끄러움 없는 증감회, 저질적인 거래, 터지기 직전의 거품"

중국 증시가 올해 들어 4차례나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되며 두차례나 거래가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하자 중국 포털 신랑(新浪)망이 7일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계정을 통해 서킷 브레이커 제도의 지지 여부를 묻는 포스트에 붙은 댓글이다.

"서킷 브레이커는 관료주의와 억만 인민의 고통 위에 세워진 산물", "국가의 지나친 개입으로 주식시장이 국가의 장난감이 돼 버렸다", "공매도 투기꾼들에게만 유리한 시장이 됐다"는 성토가 이어졌다.

새해 들어 잇따른 중국 증시 폭락의 주범으로 당국이 정밀한 검토없이 성급하게 도입한 서킷 브레이커 제도에 모아지고 있다.

서킷브레이커(circuit breakers)는 주가가 급변동할 때 거래를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제도로 중국은 올해 1월 1일 도입했다.

서킷 브레이커 발동의 기준이 되는 대형주 중심의 상하이선전(CSI)300 지수가 개장 30분도 안돼 7.2% 하락하자 상하이와 선전 두 증시의 거래가 장 마감까지 완전히 중지됐다.

첫 거래일인 지난 4일에 이어 사흘만에 또 주가 폭락으로 거래소가 문을 닫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서킷 브레이커는 주식시장의 과도한 변동성을 억제하기 위한 제도이지만 되레 투자자들에게 거래가 완전 중단되기 전에 시장에서 먼저 빠져나와야 한다는 조바심을 불러일으키는 역효과를 낳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변동성이 큰 중국 증시에서 5% 등락은 자주 발생하는 일인데 서킷 브레이커 1단계 발동 기준(5%)이 지나치게 낮은데다 2단계 발동 기준(7%)과의 간격도 너무 좁게 설정된 탓이다.

따라서 지난 두 차례의 증시 상황에서 보듯 1단계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되면 반드시 2단계로 이어지며 거래가 조기 종료된다.

이는 중국 증시가 하루 변동폭 제한을 ±10%밖에 두고 있지 않아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서킷 브레이커 제도가 시장을 진정시킨다는 본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만은 분명해 보인다.

추샤오화(邱曉華) 민성(民生)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런 상황에서도 서킷 브레이커 제도를 시행하게 되면 증시재난은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며 "투자자들의 우려를 잘 살펴 시장안정을 위해 서킷브레이커제도의 보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국 증권당국도 서킷 브레이커 제도의 효용성을 강변하다 사흘만에 또다시 장이 조기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지자 이 제도를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중국 증권관리감독위원회는 이날 폐장 직후 예정에 없던 내부 회의를 소집, 서킷 브레이커 제도의 보완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당국은 앞으로 검토를 통해 서킷브레이커 발동 기준을 높이거나 하루 변동폭 제한을 상향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덩거(鄧<舟+可>) 증감회 대변인이 서킷 브레이커가 처음 발동된 다음날 "전날 시장 상황을 돌아봤을 때 서킷 브레이커는 일정 부분 시장을 진정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긍정 평가했던 것에서 다소 달라진 모습이다.

덩 대변인은 당시 "서킷 브레이커 제도는 앞으로 실질적인 운용 상황에 맞춰 계속 개선해나가겠다"는 점도 밝힌 바 있다.

1987년 블랙먼데이 사태 이후 시장 붕괴를 막기 위해 서킷 브레이크 제도를 가장 먼저 도입했던 미국은 현재 지수가 7%, 13%로 급락할 때 거래를 15분간 중단토록 하고 지수가 20%까지 떨어질 경우에는 당일 거래를 중단토록 하고 있다.

한국은 1998년 서킷 브레이커를 도입해 종합주가지수가 10%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 이상 지속되면 모든 주식거래를 20분간 중단토록 하고 있다.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