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시가 새해 벽두 7% 가까이 폭락했지만, 당국의 개입에 증시가 하루 만에 안정을 찾았다.

이런 패턴은 작년 6월 이후 줄곧 반복돼온 것이다.

특히 각종 증시 안정 대책에도 증시가 진정되지 않을 때 당국은 마지막 카드로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을 동시 인하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6일 국제금융업계에 따르면 작년 6월 여름 폭락장 이후 중국 인민은행이 지급준비율과 기준금리를 동시 인하한 것은 6월27일, 8월25일, 10월23일 등 모두 세 차례다.

이 중에서도 주가가 5% 이상 폭락한 이후 곧바로 금리와 지준율을 내린 경우는 6월과 8월이다.

단 6월의 지준율 인하는 전면적 인하가 아닌 특정 은행에 대한 지준율 인하였다.

10월 역시 중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7%를 밑돌았다는 소식이 발표되며 주가가 장중 4% 이상 폭락하자 이틀 뒤 금리와 지준율을 동시에 인하했다.

◇ 6월 한 달간 30% 이상 폭락-> 금리·지준율 인하
상하이증시는 작년 6월 12일 고점(5,166.35)을 찍은 이후 7월 8일 저점까지 거의 한 달 만에 35%가량 폭락했다.

작년 6월 상하이증시가 종가 기준으로 5% 이상 폭락한 경우는 19일과 26일 이틀이다.

당시 주가는 각각 6.42%, 7.40% 급락했다.

6월 중국증시는 당국의 신용거래 제한과 대규모 기업공개(IPO)에 대한 물량 부담, 단기 급등에 대한 밸류에이션 우려 등으로 조정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다 증시가 심리적 지지선인 4,500선을 내준 후 26일 4,200선까지 붕괴하자 중국 증시의 버블이 붕괴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을 불렀다.

지수가 단기간에 급락세를 보이자 당국은 다음날인 27일 주말을 기해 한 달여 만에 기준금리인 대출금리와 예금금리를 각각 0.25%포인트 내렸다.

또 '3농'(三農:농민·농업·농촌) 대출 비중이 높은 도시 상업은행과 농촌지역 상업은행, 3농과 소기업 대출 비중이 높은 국유 상업은행, 외국계은행 등의 지급준비율은 0.50%씩 인하해 실물 경제를 지원하고, 폭락 장세를 진정시키고자 애썼다.

그러나 29일 상하이증시는 추가 부양책에도 그리스의 자본통제 소식이 맞물리면서 심리적 지지선인 4,000선이 무너지며 장중 7.58%까지 하락했다.

낙폭이 확대된 것은 주요 지지선이 무너지면서 대규모 마진콜(추가 담보금 요청)이 쇄도했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다만, 장 막판 정부의 개입으로 지수는 낙폭을 3%대로 줄였다.

이후 일주일간 중국 당국은 일련의 증시부양책을 내놓았다.

중국 21개 증권사가 1천200억위안 규모의 시장안정기금을 마련해 증시 부양에 나서겠다고 발표했고, 신규 기업공개(IPO)를 일시 중단했다.

또 25개 자산운용사도 시장 안정화에 힘을 보태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7월9일부터 증시는 급반등세로 돌아서 단기적으로 4,000선을 회복하며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 8월 1주일간 20% 폭락-> 금리·지준율 동시 인하
그러나 증시 안정은 오래가지 않았다.

당국이 증시 거품을 걷어내고 6~7월 초 폭락장을 초래한 원인을 단속하겠다고 나선 상황이어서 시장의 심리는 여전히 취약했다.

여기에 8월13일 당국의 갑작스러운 위안화 절하 조치로 중국의 경기 둔화와 자본유출에 대한 우려가 부각됐다.

급기야 18일 당국이 증시 변동성이 잦아들면 증시에 투입했던 자금을 빼기 시작할 것이라는 루머로 상하이증시는 6.15% 폭락했다.

다음날 중국 국부펀드 투자기관인 중앙회금공사가 중국 3대 국영은행과 주요 상업은행들의 지분을 확대했다는 소식에 주가는 1% 반등하며 안정되는 듯했다.

하지만, 주초인 20일부터 26일까지 5거래일간 주가는 23% 폭락했다.

당국의 증시 개입에 대한 회의론이 확대되고, 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부진하게 나오면서 매도세가 촉발된 것이다.

그러나 당국의 증시 부양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3,500선이 무너졌음에도 주말 동안 당국이 아무런 조치를 내놓지 않으면서 지수는 24일 8.49% 폭락하고 나서 25일 7.63% 급락했다.

결국, 인민은행은 주가가 1주일 만에 20% 이상 폭락하자 25일 저녁 기습적으로 금리와 지준율을 각각 0.25%포인트, 0.50%포인트 내렸다.

25일은 상하이종합지수가 3,000선을 내준 날이다.

6월 말~7월 초 폭락장과 달리 당국은 이번 폭락장에서는 초기에 별다른 개입을 하지 않았다.

시장에 너무 자주 개입해 시장을 교란시킨다는 지적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후 당국은 주가조작, 내부자거래, 시장루머 전파 등 불법적인 활동을 단속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하지만, 1주일 이상 관망세를 보이던 당국은 27일 장 막판 대규모 주식 매입을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26일까지 내리 추락하던 증시는 27일 5% 반등에 성공했다.

◇ 10월 GDP 부진·급락->금리·지준율 동시 인하
이후 중국이 지준율과 금리를 동시에 내린 것은 작년 10월23일이 마지막이다.

8월 폭락장 이후 주가는 9월부터 대체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10월 19일 발표된 중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6.9%를 기록해 연간 성장률 목표치인 7%를 밑돌자 당국이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당시 성장률은 2009년 1분기 이후 최저치였다.

성장률이 정부 목표치보다는 낮았지만, 시장의 예상치인 6.8%를 웃돌자 당국이 목표치 달성을 위해 통계를 조작했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또 실제 성장률이 4~5%에 그친다는 전망도 이어졌다.

이후 21일 상하이증시는 26일~29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18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18기 5중전회)를 앞두고 차익실현 매물에 3% 이상 하락했다.

장중에는 4.67% 급락하면서 증시가 다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결국, 인민은행은 23일 증시 불안을 차단하고, 경기 둔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5중 전회를 앞두고 기준금리와 지준율을 또다시 동시 인하했다.

금리는 0.25%포인트, 지준율은 0.50%포인트씩 내렸다.

중국은 2014년 11월 이후 총 여섯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했고, 지준율을 작년에만 네 차례 인하해 증시 부양에 힘썼다.

금리 및 지준율 인하에도 경기가 뚜렷하게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는 논란에도 당국은 투자심리 안정과 유동성 투입을 위해 꾸준히 부양책 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

올해 1월4일 새해 벽두 중국증시가 또다시 6% 이상 폭락하며 패닉 장세를 연출했다.

이번 증시 폭락 역시 제조업 지표 부진에 따른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가 빌미가 됐다는 점에서 추가 부양책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윤영교 LIG 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성장률 부진이 미세 부양정책을 이끌어내 일시적인 시장 안정을 견인하고, 분기별 성장률 발표를 전후해 시장 불안이 재확산되는 패턴이 올해에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도 보고서에서 중국 당국이 유연한 통화정책의 하나로 추가로 유동성을 공급하고, 지준율 인하를 조기에 집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영숙 기자 ysy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