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엔 돈 좀 벌어봅시다] '커플링 공식' 이 바뀐다
커플링(coupling·동조화)은 주요국 주가지수나 원자재 가격 등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현상이다. 3~4년 전까진 코스피지수와 동행하는 ‘세트 메뉴’는 미국 다우존스산업지수였다. 외국인들의 투자심리가 전날 미국 증시의 영향을 받는다는 게 ‘한·미 커플링’의 논리였다. 최근엔 상하이종합지수가 다우지수의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세계 경제 구조에 변화가 생기면서 커플링 공식이 바뀐 것이다.

한국이 상하이증시에 영향을 받는 이유

미국 중국 등과 같은 경제대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인근 국가의 경제흐름이 비슷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멕시코와 캐나다는 미국, 동유럽 국가들은 유럽연합(EU)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한국과 중국은 공통분모가 더 있다. 미국과 유럽을 겨냥한 ‘수출 사슬’이다. 브라질과 중동 등에서 원자재를 공급받아 한국에서 중간재를, 중국에서 완성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방식으로 사슬이 얽혀 있다.

‘한·중 수출 동맹’의 힘은 예전만 못하다. 미국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외로 진출한 기업들을 본국으로 다시 유인하는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을 펼치면서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의 수출길이 좁아졌기 때문이다. 김병연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이 세계 소비자로서의 역할이 줄면서 중국과 한국의 커플링이 더욱 강화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후 국내 증시는 1주일이 멀다 하고 중국발 ‘유탄’을 맞고 있다. 상하이종합지수가 급등락하면 코스피지수도 어김없이 출렁인다. 올해 증시 개장일인 지난 4일 코스피지수가 2.17% 급락한 것도 상하이지수(6.86% 하락)의 영향 때문이었다. 국내 증시의 향방은 상하이증시가 개장하는 오전 10시30분에 결정된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오호준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 이사는 “중국이 ‘좀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늦추면서 멀쩡한 국내 상장사까지 도매금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며 “변동성 관리가 힘들어진 중국과의 커플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식·채권 디커플링 깨졌다

미국과는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현상이 뚜렷해지는 분위기다. 미국 경제와 증시가 되살아난 배경이 제조업이 아니라 서비스업인 만큼 한국 기업이 ‘낙수 효과’를 보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신흥국과 선진국의 경제 기초체력 격차가 벌어지면서 한국의 입지가 줄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국 증시는 MSCI 신흥국지수에 포함돼 있다. 신흥국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되면 MSCI지수를 추종하는 펀드의 매물이 코스피지수를 떨어뜨리는 구조다. 권영선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금리 인상을 기점으로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신용위험(부도)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졌다”며 “한국은 어정쩡한 위치 때문에 앉아서 손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주식과 채권은 반대로 움직인다는 디커플링 공식도 힘을 잃었다. 미국과 일본이 금융위기 이후 수년간 꾸준히 돈을 풀면서 주식과 채권 자산에 동시에 자금이 몰린 탓이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