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發 '블랙먼데이' 새해 첫 거래일 강타…코스피 2.2% 급락
中 금융불안, 실물경제 둔화로 이어지면 한국경제 타격 불가피

세종팀 = 한국 금융시장이 새해 첫 거래일부터 중국 증시 급락의 영향으로 크게 흔들리자 작년 8월의 중국발(發) '블랙 먼데이' 효과가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국판 블랙 먼데이로 불린 지난해 8월 24일에 상하이종합지수가 8.5% 폭락했다.

그 여파로 잘 나가던 코스피는 1,820선으로 밀리는 등 전 세계 금융시장이 타격을 입었다.

우리 정부 당국은 중국 증시의 패닉 장세가 국내 금융·외환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모니터링을 강화키로 하는 등 긴장의 끈을 조이고 있다.

◇ 증시 폭락·환율 급등…새해 첫 거래일 혹독한 신고식

우리 정부는 물론이고 경제 전문가들은 대체로 새해에 중국 경기 둔화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이 큰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중국발 불안은 연초부터 현실화할 조짐이 나타났다.

4일 중국 상하이증시는 오후장 개장 13분만인 오후 1시13분(현지시간) 4.96% 하락한 종합지수 3,363.52를 기록한 이후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돼 한차례 중단됐다.

이어 15분만에 재개장했으나 6.85% 떨어진 3,296.66까지 밀렸고, 결국 오후 1시33분 서킷 브레이커가 재발동돼 장 마감까지 거래가 중단됐다.

중국 증시 폭락 여파로 코스피도 새해 첫 거래일부터 폭락 장세를 연출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2.55포인트(2.17%) 내린 1918.76에 마감했다.

코스닥도 4.56포인트(0.67%) 내린 677.79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는 오전 10시 개장신호와 함께 0.35% 내린 1954.47로 거래를 시작했지만 중국증시가 폭락하면서 기관의 순매도 물량 증가로 낙폭이 커졌다.

이후 중국증시가 서킷브레이커를 하루 두 번 발동하면서 거래가 완전 중단되자 코스피도 외국인, 기관 등의 매도 물량이 쏟아져 1,910선대까지 주저앉았다.

원/달러 환율도 15원 넘게 급등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직전 거래일보다 15.2원 오른 달러당 1,187.7원으로 마감했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2월 18일 이후 처음으로 종가 기준으로 1,180원을 넘어서면서 1,190원대를 눈앞에 뒀다.

상승세로 출발한 원/달러 환율은 연말에서 이월된 수출업체 달러화 매도(네고) 등으로 달러당 1,180원대 초중반에서 숨 고르기를 하다가 중국 상하이선전300지수(CSI 300)의 서킷브레이커 발동 소식이 전해지면서 추가 상승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중국 증시의 쇼크로 한국 증시도 올해 거래 첫날부터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고 말했다.

◇ 中 의존도 높은 한국 실물경제에 부정적 영향 우려

중국 금융시장에서 불안이 발생하면 중국과의 연결고리가 강한 한국 경제는 바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 악화는 실물경기에도 악영향을 주는 만큼 중국 경제 경착륙에 대한 불안감을 키울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정부도 대외 리스크 요인 가운데 미국 금리 인상보다 중국 경기둔화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더 경계하고 있다.

과거에는 중국 금융시장이 한국 실물경제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었다.

그러나 한국 경제가 수출 주도형인 데다가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25%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높아지면서 중국 금융시장과의 동조화가 최근 몇년 새 한층 견고해졌다.

중국 금융시장이 흔들리면 한국경제도 실물 영역에서 타격받을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강해진 영향이다.

최근 들어 국내 경기는 작년 3분기 이후 완만한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중국 증시가 패닉 상태에 빠져들면 우리 경제 주체들의 심리도 얼어붙는 등 부정적인 효과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당분간 교역과 제조업 위축에 따른 중국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라면서 "중국에 의존도가 높은 수출 부문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황세운 실장은 "중국 증시의 하락세가 당분간 지속된다면 중국 경제 성장에 대한 우려가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국내 시장과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이전보다는 더 즉각적이고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 금융·외환시장 모니터링 강화

정부 당국은 새해 벽두부터 중국 증시가 출렁이자 금융·외환시장에 대한 모니터링 강도를 높였다.

당국은 다른 아시아국가 증시와 비교해 낙폭이 작다는 점에 일단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이날 3%대 급락세를 보였다.

그러나 중국 증시 급락세가 얼마나 지속될지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미국·유럽증시 동향을 확인할 수 있는 5일 새벽 최희남 차관보 주재로 회의를 열어 중국발 리스크의 영향과 금융시장 동향을 점검하기로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중국 증시 급락에 중국의 내부적 요인 외에 중동 사태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불확실성이 얼마나 지속될지 지금으로선 예단하기 어려워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오늘 하루 중국 증시 급락만으로는 지난해 8월과 같은 중국발(發) 증시 불안이 시작돼 우리 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우리 당국이 분석하는 중국 증시 급락 원인은 ▲ 중국 제조업 지수 하락 ▲ 사우디아라비아-이란 국교 단절에 따른 중동 불안 ▲ 이달 8일로 다가온 상장사 지분 5% 이상 보유 대주주들의 매각 제한 조치 해제 등 크게 세 가지다.

이밖에 연말 한산했던 거래가 연초에 몰리면서 낙폭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위안화 약세로 자본이 유출되고 있는 상황에서 제조업 지수가 저조하게 나온 것이 악재로 작용했다는 시각도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앞으로 중국 증시 상황과 위안화 환율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금융·외환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연합뉴스) cho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