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원 9명 토러스자문 수익률 197%
2001년 설립된 토러스투자자문(설정액 2400억원)은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자문사 중 한 곳이다. 옛 동양증권(현 유안타증권) 출신 김영민 대표와 애널리스트 4명 등 9명이 일하고 있는 이 회사의 지난해 수익률(2015년 1월2일~2015년 12월29일)은 175%에 달했다. 김 대표는 “제약 바이오 건자재 분야의 주도주를 미리 찍어 선점 투자한 뒤 2년 이상 보유하는 방식으로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기습적인 위안화 평가절하로 국내 주식시장이 출렁이기 직전인 작년 7월에는 한미약품 등 보유하고 있던 바이오·제약 관련주가 지나치게 단기 급등했다고 판단해 모두 처분했다. 이후 한미약품이 30만원대까지 떨어지자 저가 매수에 나서 두 배 이상의 수익을 냈다.

국내 공모펀드 시장이 수익률 하락으로 침체에 빠진 가운데 박스권 증시 속에서도 높은 수익률을 올린 투자자문사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1일 KDB대우증권에 따르면 토러스투자자문의 최근 1년 수익률은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2.64%)은 물론 43개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 운용사의 평균 수익률(3.17%)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 수익률 1위인 라자드코리아자산운용이 지난해 기록한 수익률(23.44%)의 7.46배에 달했다.

국내 투자자문사 가운데 지난 1년 동안 100% 이상의 수익률을 올린 곳은 토러스투자자문을 포함해 그린투자자문(170.90%), 카이투자자문(105.50%) 등 세 곳이다. 카이투자자문은 작년 8월 코스피지수가 4.37%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5.25%의 수익률을 내기도 했다. 자문사에 돈을 맡기는 고객은 최소 가입 금액이 1억~3억원가량인 ‘큰손’들이다. 대부분 ‘알아서 투자해 달라’고 전적으로 자문사에 자금 운용을 맡기는 일임매매 방식으로 거래한다.

투자자문사들이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운용하는 자산의 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덩치가 큰 펀드를 굴리는 자산운용사는 시가총액이 작은 종목들에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 해당 종목의 주가가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있어서다. 반면 몸집이 가벼운 자문사들은 종목 선택의 폭이 넓고 시장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수익률 차이가 커지자 ‘큰손’들의 자금이 투자자문사로 급격히 흘러들어 가고 있다. 작년 9월 기준 170개 국내 투자자문사 설정액은 총 28조7000억원으로 1년 전(27조4000억원)보다 4.74%(1조3000억원), 2년 전보다는 36.01%(7조6000억원) 증가했다. 반면 공모펀드에선 지난해 4조4389억원이 빠져나갔다.

자문사들이 주식 위주의 운용 방식에서 벗어나 투자 대상을 넓히고 있는 것도 고객을 끌어오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에이원 수성에셋 시너지 등은 주식과 채권의 중간 성격을 띤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에도 투자한다. 기업인수목적회사인 스팩(리코)과 공모주(포커스, 파인밸류) 등 ‘중위험·중수익’ 상품을 내세워 투자자들을 유치하는 자문사들도 생겨났다.

다만 공모펀드에 비해 검증이 덜 된 투자자문사들도 많아 투자원금을 까먹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는 것은 단점으로 지적된다. 용환석 페트라투자자문 대표는 “‘자문사=고위험·고수익’이라는 편견이 조금씩 깨지고 있지만 한 해 수익률만 보고 투자에 나서선 안 된다”며 “얼마나 오래 영업을 했는지와 최근 몇 년간 수익률이 어땠는지 등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