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2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추진 중인 삼성엔지니어링 주가가 증자 성공에 대한 기대감과 권리락 효과로 29일 가격제한폭까지 급등했다. 지난 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증자 참여의사를 밝힌 데 이어 내년도 흑자전환 의지를 밝힌 회사 측의 적극적인 소통 노력이 주효한 것이다. 주가가 비교적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면서 자금조달 규모(1차 발행가 기준)도 1조2651억원으로 당초 예상보다 600억원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이재용의 '3000억 증자 참여' 통했다, 삼성엔지니어링 30% ↑…유상증자 1차 관문 넘어
삼성엔지니어링은 29일 권리락 기준가격인 9600원보다 29.6% 오른 1만24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신주를 배정받을 권리가 사라진 데 따른 주가의 인위적인 하향조정폭을 하루 만에 절반 이상 회복했다. 권리락은 유상증자 기준일이 지나 신주를 받을 권리가 사라지는 것으로, 한국거래소는 권리를 가진 기존 구주주와 그렇지 않은 새주주 간의 형평성을 위해 이날 삼성엔지니어링의 시초가를 전 거래일 종가(1만5400원)보다 37% 낮은 가격으로 하향조정했다.

이재용의 '3000억 증자 참여' 통했다, 삼성엔지니어링 30% ↑…유상증자 1차 관문 넘어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앞으로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할 수 있는 자금총액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날 확정된 삼성엔지니어링의 신주 1차 발행가는 8110원으로 예정가격인 7700원보다 5.3%가량 높다. 현 단계에서 전체 자금조달 규모 역시 기존 1조2012억원에서 1조2651억원으로 600억원 이상 늘 전망이다. 실권주가 발생할 경우 최대 3000억원 규모로 증자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한 ‘이재용 효과’가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이 최근 잇따라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호재를 내놓고 있어 유상증자 규모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주의 최종 발행가격은 1차 발행가와 내년 2월3일 확정되는 2차 발행가격 가운데 낮은 가격으로 정해진다. 다만 주가가 크게 올라 청약일 직전 3~5일 평균주가에 40%를 할인한 가격이 1, 2차 발행가보다 높으면 해당 가격으로 신주가 발행된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회사 실적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전제되지 않으면 권리락으로 가격 착시효과가 생긴다고 해도 주가가 오르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주가가 신주발행가보다 훨씬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유상증자 성공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증자의 구주주 청약은 2월11~12일, 일반공모 청약은 같은달 15~16일 진행한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